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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지리사 / 한라공인중개사대표 / 경산시주민예산의원 |
◆봉분의 시대가 저물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여전히 산자락마다 봉분이 자리 잡고 있다. 조상을 모시고 자손이 찾아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오랜 전통이자 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땅은 좁고 묘지 관리 비용은 부담스럽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장례를 치를 가족조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례 방식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장례문화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 압도적 화장률
최근 우리나라 화장률은 94%에 달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절반 수준이었던 것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는 좁은 국토와 환경적 이유가 맞물린 결과다. 봉분 대신 수목장, 잔디장, 바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숲 속에 나무를 심고 고인의 흔적을 남기는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상징성과 관리 편의성 때문에 특히 인기가 높다. 장례 산업도 친환경 흐름에 맞춰 변화 중이다. 생분해성 유골함, 탄소 배출을 줄이는 화장 기술, 화학약품을 최소화한 방부 처리 등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추모 방식의 혁신
장례 문화의 변화는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성묘와 가상 추모관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고인을 기리고, 영상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시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전의 목소리와 얼굴을 재현한 AI 메모리얼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추모관에서 아바타로 조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죽음마저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시대, 추모의 방식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효와 혁신과 균형
장례 문화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효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자연 친화적 장례로 환경을 지키면서도, 디지털 추모를 통해 가족의 정서를 이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무덤 강산에서 자연 강산으로, 그리고 디지털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맞이한 문화적 과제다. 이제 장례는 봉분과 제사의 형식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추모의 진정성을 담는 의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자,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새로운 지혜일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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