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안경을 껴온 회사원 박지홍(34)씨는 추석 연휴을 앞두고 라식수술을 하기 위해 서둘러 안과를 찾았다. 1시간반 정도 걸린 검사를 마치고 전문의와 상담중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적잖이 당황했다.
망막열공이 발견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려고 찾아간 병원에서 사전 검사중 생각지도 못한 질병을 발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빛사랑안과 조사 결과, 전체 검사 대상 중에는 방치시 실명 위험이 큰 원추각막 및 녹내장을 비롯해 망막열공, 백내장, 중증안구건조증, 중증알레르기 질환 등 시급히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7.3%를 차지할 정도였다.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은 "시력교정수술을 고려할 정도로 눈이 나쁜 사람들은 특히 안과 방문의 기회가 일반인보다 많은 편"이라며 "라식수술은 예비검사가 철저한 편이라서 질환 발견이 용이하다는 점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평소 정기적인 눈 검진을 생활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서 뜻하지 않은 눈의 질환으로 시력교정 수술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했던 사람이 전체의 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80%는 질환이라기보다 초고도근시 또는 각막이 얇거나 중심부 혼탁 등으로 각막 상태가 좋지 못해 수술받지 못했으나 나머지 20%는 보유 질환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질환이 발견된 사례는 전체 검사 대상 중 망막열공이 4%였으며, 백내장 중증안구건조증 중증알레르기가 각각 1% 정도로 나타났다. 드물지만 즉시 치료가 필요한 녹내장이나 원추각막도 각 0.7%, 0.3%로 나타났으며, 수술 불가능한 사시환자도 0.3%가 발견됐다.
이 원장은 "라식 등 시력교정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술전 검사를 통해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며 "당황하지 말고 오히려 시력교정 수술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망막열공은 망막변성 등으로 망막이 얇아지거나 유리체 견인으로 인해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근시가 심하면 일반인들보다 안구의 길이가 길어져 망막이 얇아지기 때문에 고도근시인 경우 발병 확률이 높다. 망막열공이 있으면 우선 레이저로 치료를 한 후 시력교정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망막열공 치료를 받았다고 시력교정술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눈의 상태에 따라 수술받는 것이 좋다. 망막열공 치료 후에는 라식보다 라섹이 더 안전하다. 라식은 수술시 사용하는 기계로 인해 눈에 높은 압력을 주게 되지만 라섹이나 M라섹은 눈에 압력을 덜 주기 때문이다.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나이가 젊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내장이나 녹내장 환자가 발견되는 경우는 의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에서도 백내장 환자가 늘고 있어 평소의 관심이 요구된다.
시력교정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을 관찰하는 안저검사와 시야 범위를 측정할 수 있는 시야검사를 필수로 하며 백내장을 진단할 때는 각막, 수정체의 질병 유무를 살피는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실시한다.
특히 녹내장과 백내장 등 망막 부위의 질환이 의심돼 정밀검사가 필요할 경우 OCT(시신경 및 망막단층촬영기)가 포함되므로 이러한 총체적인 검진이 녹내장이나 각종 망막질환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백내장은 심하지 않은 경우 시력교정술이 가능하다. 라식은 각막 부위를 깎는 수술로 수정체에 생기는 백내장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각각 별도로 수술이 가능하다. 라식수술 후에 백내장이 진행되면 백내장 수술을 따로 해야 하지만, 기존의 백내장환자는 백내장 수술시 돗수에 맞는 인공수정체 렌즈를 삽입하므로 라식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라식수술 예비검사자 70~80%는 경미한 건조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중 시력교정술이 불가능한 사람은 1%로 나타났다. 렌즈를 오래 착용한 사람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콘택트렌즈를 오래 착용하다보면 눈물층에 변화가 생긴다. 또한 각막의 저산소증으로 피로물질이 각막에 쌓이고 렌즈 보존액에서 분비되는 화학독성 등으로 인해 눈이 건조하게 된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렌즈 조직 내에서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켜 심한 안구건조증 뿐만 아니라 각막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 후에 시력교정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흔치는 않지만 원추각막이 발견된 환자도 0.3%로 나타났다. 오브(ORB) 스캔 등의 각막지형 검사로 원추각막 유무를 알 수 있다. 원추각막인 경우 시력저하가 진행될 수 있고 안경교정이 불가능하므로 원추각막용 특수렌즈를 이용해 교정이 필요하다.
수술이 불가능한 사시환자도 발견됐다. 사시가 심하지 않다면 라식수술 후 사시 치료가 가능하지만 사시와 약시가 동반되거나 한쪽 눈만으로 불빛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엔 시력교정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동호 원장은 "수술을 결심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도근시가 많으므로 일반인들보다 다른 보유질환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러한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 검사만이 눈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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