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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오랫동안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생활한 어느 동해 바닷가 어부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바다에 천둥ㆍ번개가 많아지고 세 진다"
경험적으로 여름이 아닌 가을, 겨울에도 뇌전을 자주 접한다는 이야기이며 대략 10월쯤부터 증가하여, 겨울에도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얼마나 맞는 말인지는 기상청이 관측한 기상데이터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러자면 동해에서 관측한 기상관측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는 동해 한가운데 울릉도기상대가 있어 여기에서 관측된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하다.
울릉도기상대는 1938년에 창설되어 광복 이전까지 일본군에 유리한 기상관측기지로 이용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동해를 오가는 어선, 여객선, 화물선의 안전항해에 필요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울릉도기상대의 뇌전관측일수 통계자료(최근 20년, 1995~2014년)를 보면 20년 동안 월별로 뇌전이 발생한 일수가 7월에 23일, 8월에도 23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는 28일, 11월에 21일, 12월에 13일로 나타나 가을~겨울철에 걸쳐 천둥ㆍ번개가 나타난 날이 예상보다 많은 편이고, 이 중 10월이 연중 최다(最多)월이다.
일반적으로 천둥ㆍ번개가 나타나는 것이 여름철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동해에서는 왜 가을, 겨울철에도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비교적 따뜻한 바닷물과 차가운 바다 위 대기가 관계된다. 동해는 가을이 되더라도 수온이 따뜻한 편인데 일본 남쪽을 흐르는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에서 분리된 쓰시마 난류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한편 바다 위의 대기 상태는 가을이 깊어지면 한랭건조한 북서쪽 기단의 세력이 강화되어 겨울형 기압배치 형태가 되고 상공 높은 곳에서 차가운 한기가 주기적으로 흘러들게 된다.
즉 동해상은 남쪽에서 대마난류가 올라와 바닷물은 따뜻한데 해수면 위로 차가운 북서계절풍이 불게 되어 대량의 수증기가 피어올라 구름을 발생시키고, 이 때 상공의 한기 강도가 약하면 눈이 내릴 뿐이지만 한기의 강도가 강하면 구름이 더욱 발달하여 적란운이 되고, 천둥ㆍ번개를 자주 일으키게 된다. 겨울철에는 강설을 수반하기 때문에 구름의 형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름철의 뇌전은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발생하고, 천둥이 생기면서 뇌전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겨울철에는 이와는 달리 한두 번 갑자기 뇌전이 발생되었다가 그치는 특징이 있다.
깊은 가을이나 겨울철에 해안가 부근이나 해상에서 생기는 뇌전은 위험하다. 이 시즌에 생기는 뇌전현상들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발생고도가 낮기 때문인데 구름까지 높이가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낙뢰 에너지가 여름에 비해 작더라도 낙뢰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초래한다.
연구에 의하면 해안가 부근에 세워진 약 60m를 넘는 높은 구조물에 낙뢰가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낙뢰는 해안선에서 30km 이내에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울릉도 부근에서는 이와 비슷한 원인으로 10월 초ㆍ중순경이면 바다에서 `용오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계절적으로 대륙에서 이동해 온 한랭건조한 대기가 따뜻한 동해상의 해수면 위를 지나면서 성질 차이로 인해 심한 불안정을 초래하게 되고, 갑자기 상승한 대기는 적란운으로 발달하여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하늘 높이 치솟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나라 북서쪽에서는 대륙고기압이 발달하고, 우리나라 동쪽(동해, 쿠릴 열도, 오호츠크 해, 베링 해)에서는 저기압이 발달한다. 이에 따라 일기도상에 등압선이 남북으로 형성되면서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다. 이러한 기압배치를 예보관들은 "서고동저(西高東低)형 기압배치"라 하는데 겨울철의 대표적인 기압배치이다.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는 시기에 서해, 남해, 동해 먼바다에는 14m/s 이상의 폭풍이 불고, 파고는 3~4m 이상의 악천이 수일간 지속된다. 이때 동해와 남해의 연안바다는 육지의 높은 지형이 북서풍을 가로 막는 역할을 하여 해안에서 가까운 연안바다에는 바람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물결도 비교적 낮은 경향을 보인다.
서고동저의 겨울 기압배치가 되면 우리나라 서쪽과 동쪽의 날씨 차이가 분명해진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계절풍은 서해를 건너오는 동안에 해면으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아 습윤한 공기가 되어 구름으로 변한다. 이 구름들이 우리나라 서해 연안(경기, 충청, 호남 해안)에 가까워지면 해안지형에 부딪혀 상승됨으로써 구름은 더욱 발달하여 서해안 지방에 많은 눈을 내린다.
한편 내륙의 산맥을 넘은 계절풍은 건조한 공기가 되어 강원도, 경상도 등 동쪽 지방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또한, 바람은 매우 건조하고, 강하여 불이 나면 큰 화재로 번지기 쉽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서 이번 가을, 겨울에도 겨울형 기압배치는 이루어진다. 강한 한기도 주기적으로 내습할 수 있기 때문에 해안지방에서는 항상 낙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0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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