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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가을비가 갠 다음 날에는 공기가 더욱 상쾌하다. 예전에 우리선생님들께서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로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을 먼저 꼽았고, 다음으로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꼽았다.
분명 예전의 하늘은 지금보다 더욱 파랬던 것 같다.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직업을 가지면서 유난히 푸른 가을 하늘을 볼 때면 이 아름다운 파란 가을을 일컫는 특별한 고유명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20년,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의 파란 색깔이 조금씩 빛을 바래는 듯 했고, 우리나라보다 북극이 더 가까운 북위 60도, 70도의 추운 나라들을 방문하면서 우리보다 더 진한 파란 하늘을 가진 나라들을 확인했다. 가을 운동회, 가을 소풍 날,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누군가 "새털구름이다!!" 하고 외치면 모두가 쳐다보던 땐 구름도 매우 아름다웠던 것 같다.
많은 청소년들이 현장체험 학습으로 기상청을 찾는다.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이 구름을 보면서 상상하는 형상들은 어른들의 생각을 부끄럽게 만들고, 그 상상력은 끝이 없음을 실감한다.
누구나 하늘이 푸른 계절에 제트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비행운(항적운)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행운은 제트기가 높이 날 때 생기기 때문에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육안으로 민항기인지 군용기인지 식별할 수는 없어도 비행기 형체는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제트기가 지나간 자리에 만들어진 기다란 구름 꼬리를 볼 수 있는데 이 비행운으로 내일의 날씨를 간단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상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여 제트기 뒤로 이어진 비행운의 길이가 짧고, 비행운이 공기 중으로 빨리 사라지면 맑은 날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비행운의 길이가 길고, 하늘에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 날씨로 변하기 쉽다.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는 이유는 제트기에서 배출된 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가 주위의 차가운 공기에 냉각되어 생긴 것이 비행운인데 이 구름은 미세한 얼음 알갱이로 되어있다. 이 때 제트기가 날고 있는 곳은 고도가 높아서 온도가 매우 낮은데, 주위 공기가 건조하면 얼음 알갱이들은 금세 증발하여 구름이 소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행운(얼음 알갱이) 주위가 습윤한 공기로 가득 차있을 때는 공기 중에 얼음 알갱이가 장시간 남아있게 되어 비행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게 되는 원리이다. 대기 중에 습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저기압이나 전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이고,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날씨는 점차 기울어지게 되는 이치이다.
아이들이 구름을 볼 때는 상상의 나래가 끝이 없지만 기상청의 예보관들은 직업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구름을 쳐다본다. 보자말자 높이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 짓고, 아주 높으면 상층운, 중간 정도이면 중층운, 낮으면 하층운으로 분류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키를 큰 키, 보통 키, 작은 키로 짐작해 보는 것과 비슷하다.
전문가의 눈으로 이를 다시 세분하는데 상층운이면 권운(새털구름)인지, 권적운(비늘구름) 인지, 권층운(무리구름)인지 구분하고, 중층운, 하층운도 모두 다시 세분하여 10종류로 구분 짓고, 기록한다.
일상에서 구름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만 잘 기억해 두면 유용할 때가 있다. 무리구름이라고도 하는 햇무리나 달무리가 나타나는 구름이 덮이면 날씨가 기울어 질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이 구름은 온난전선과 저기압의 전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비가 올 전조인 경우가 많다.
세계기상기구가 분류하는 무리구름의 명칭은 권층운(cirrostratus)이라고 한다. cirrus(권운)와 stratus(층운)가 합쳐져 생긴 것으로 무리구름 또는 면사포구름이라고도 한다. 보통 5∼13㎞ 높이를 가지며, 이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햇무리나 달무리를 볼 수 있다. 엷은 베일처럼 하늘을 가리며 하늘 전체를 커버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름 속에 줄무늬가 보일 때도 있다. 아침노을이나 저녁노을로 황색이나 적색을 띤다.
어느 지역의 기상예보를 하자면 그 지역의 기상관측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보관들은 전국 각 기상대에서 기압, 기온, 바람, 구름 등 여러 기상요소들을 정해진 시각에 관측한다. 구름은 새털구름인지 뭉게구름인지 구름의 종류, 높이, 구름양을 세밀히 관측한다.
전국 각지에서 시시각각 관측된 많은 데이터들은 자료교환을 하기 쉬운 형태로 코드화되어 `세계기상정보통신망`(세계기상기구 운영)을 통해 국제간 초고속 자료 교환이 쉴 새 없이 이루어진다.
살다보면 오지의 캠핑장이나 TV, 라디오, 휴대폰도 통하지 않는 장소에서 아들이 아빠에게 난데없이 내일의 날씨를 물어오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땐 하늘을 한 번 쳐다보자. 무리구름이 끼었거나, 비행운이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면 내일 날씨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보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10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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