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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소시지를 발견했을 때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배탈이 날 것 같다. 과거 일본에서 저녁마다 영업 마감 때쯤에 작은 트럭이 와서 빵을 수거해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엔 그 빵들이 어디로 실려 가는지 궁금했는데 복지시설로 운반된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고, 자원 낭비를 막는 좋은 방법인데 25년 전의 일이다.
식품이라고 하면 유통기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소비기한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무조건 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못 알려져 있는 대표상식 중 하나가 식품 유통기한인 것 같다.
먹는 식품에는 `유통기한`, `소비기한`, `품질유지 기한` 이라는 것이 있어서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고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유통기한이 평균 3개월 정도 남은 제품을 80~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유통기한 임박몰이 인기라는 뉴스도 있었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이 기간을 넘으면 먹어도 되고 안 되고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상품을 슈퍼나 마트에 진열해 놓을 수 있는 `유통`이라는 단어 의미 그대로 생각해야 한단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관리 상태에 따라 섭취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먹어도 되고, 안 되고 하는 기간을 알려주는 기준은 `소비기한`이라고 한다. 식품의 특성이나 성분에 따라 한계가 있으나 안전한 섭취기간을 알려주며, 소비할 수 있는 최종 시한이다.
그 외에도 `품질유지 기한`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장기보관이 가능한 식품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식품이 적절히 보관되었을 경우에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되는 통조림, 커피 등에만 적용된다고 한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기상예보에도 소비기한이 있을까? 지구를 둘러싼 대기는 끊임없이 흐른다.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에서는 편서풍 파동에서 기인하는 고기압이나 저기압이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의 날씨를 좌우한다.
보통 고ㆍ저기압은 하루에 1,000km 정도씩 이동하는데 내일 날씨를 예측하려면 지금 2,000km 서쪽에 있는 대기의 상태를 정확히 물리량으로 진단하고, 그 다음 이 대기가 2,000km에 걸쳐 산을 넘고, 강과 바다를 지나면서 성질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일 우리 앞에 도달할 때쯤에 어느 정도의 온도, 어느 정도의 수증기를 지니고 있을지 등을 계산해야 예측이 가능한 일이 된다. 비를 내리는 저기압은 보통 시속 20~40km로 움직이지만 쉬어 오기도 하고, 달려오기도 한다.
저기압 주변의 기압배치들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도 달라지고, 성질도 어제 예상과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각지에서 1~3시간 간격으로 끊임없이 입전되는 나라별 실황자료도 수시로 변화한다. 그래서 각국 기상청들은 공통적으로 기상예보 발표 시각을 정해 두고 바뀐 상황이 반영된 예보를 새로이 발표한다.
어제 예상했던 내일 날씨(예보)가 여러 요인들로 인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면 다음 예보발표시각에는 변경된 예보를 발표한다.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은행이 상반기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하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당초 3.7%에서 3.4%로 수정 발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기상청에서도 정해진 시각에 변경된 기상예보를 발표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상청 단기예보(동네예보, 오늘~모레까지 날씨)의 정기발표시각은 매일 05시, 11시, 17시, 23시이다. 05시에 발표한 예보가 11시에 발표하는 예보와 동일한 경우도 있지만 변경되는 경우도 있어서 기상예보의 유효한 시간(소비기한)은 다음 시각의 예보가 발표되기 전까지로 보면 된다. 아침저녁으로 TV뉴스에 나오는 기상예보는 가장 가까운 시각에 발표된 최신 기상예보이다.
기상청 예보 중 긴 기간의 날씨를 일별(오전, 오후)로 구분해 발표하는 10일예보(중기예보)가 있다. 10일예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삿날을 받아 두었거나, 소풍, 체육대회, 엠티 등 중요한 행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4~10일 후 날씨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지금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공기가 10일 후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쯤 성질을 계산하고, 판단하는 문제라서 한계가 있다. 10일예보는 하루 두 번(06시, 18시) 발표하는데 지난주에도 한 시민이 이사 가기 일주일 전쯤에 이삿날 예보를 확인하고, 그 사이 바뀐 예보를 확인하지 못하여 오해가 생긴 경우가 있었다.
기상청 예보 중에는 국내외 항공기, 선박 안전운항을 위해 발표하는 예보가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이 정하는 국제규정에 따라 각국기상청이 공통적으로 서비스하는데 국내외 항공기 조종사, 선장, 항해사, 운항관리자, 관제사 등 특수한 분야에 제공된다. `공항예보`(국내, 국제 구분), `이륙?착륙예보`, 난류, 착빙 등 `중요기상예보`(저고도, 중고도, 고고도), 해상예보, 원양예보 등 여러 종류가 있고, 각기 정해진 발표시간이 다르다.
기상예보에는 식품의 유통기한과는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의미의 유효시간 개념이 존재한다. 비가 오게 되면 행사를 망치는 소풍, 경기대회, 토목공사 등 큰 행사가 있거나 날씨 변화가 심한 계절에는 잠들기 전에라도 예보를 확인해 보자.
정부부처 누리집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기상청 누리집(www.kma.go.kr)에는 소비기한이 지나지 않은 종류별 최신 기상예보가 서비스되고 있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10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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