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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신문 기사에 `예보`라는 글자가 있으면 금방 눈길이 간다. 엊그제는 한 지방지에 `KMI 예보 틀려도 너무 틀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달렸다. 예보가 틀린다는 표현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기상청 예보를 칭하는 제목이 아니라서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KMI`라는 기관이 연초에 내놓은 예측이 `올해는 선박투자 적기로 해운업이 선순환하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다`는 해운경기 예보를 질책하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기사에서 `예보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스템 컨설팅 보고회 개최`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기상청이 필리핀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기상청에 예보 등 여러 가지 기술지원을 펼치고 있기에 제목만 봤을 땐 영락없이 기상청 관련 기사였다. 이어진 기사내용에서 `예보`는 `예금보험공사`를 줄여 칭하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예보라는 단어가 나오면 예보관들은 깜짝깜짝 놀란다.
사회 전체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사회 각 분야별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관, 단체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 예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탓인지 몰라도 경제, 사회, 자원, 기술, 식량,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예측 결과들이 발표된다.
경제 분야에선 하반기 또는 다음 해 경제성장률 예측이 대표적이고, 대기업 경제연구소, 민간은행, 캐피털, 증권회사들은 물류, 농작물, 에너지 등에 대해 예측 생산량을 발표한다. 블룸버그,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등등 국내외적으로 경제관련 예측단체들은 수백 곳이 넘는 것 같다.
최근에 등장한 `퓨처리스트`란 사회 흐름을 분석하고 유행과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트렌드, 2030년에 사라질 10가지, 미래 혁신기술, 도전과제 15 등 미래사회 예측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 중에는 러시아가 미래에 식량수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지구온난화로 러시아 땅이 모두 녹아 농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후변화를 바탕에 두고 예측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러 예측기관들은 기업, 국가, 인류의 흥망성쇠(興亡盛衰), 식량문제 등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기상예보에서도 과거시간과 현재 나타나는 실황을 잘 알아야 내일을 잘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정보들은 불확실한 내일을 대비하여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진로를 제시하기 위한 노력으로 기상청의 예보 목표와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정부 내에서도 기상청만 예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기상, 기후 위주로 예보하지만 다른 부처들은 소관 사무와 관련된 행정서비스를 예보한다. 예를 들면 국민안전처의 주간안전예보, 농림부의 조류인플루엔자예보, 알뜰장보기 물가예보, 보건복지부의 인플루엔자예보, 질병예보, 산림청의 산사태예보, 산불위험예보, 식 약청의 식중독예보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근해 해황 예측은 고등어, 오징어, 멸치가 어느 해역에 어장이 형성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적조에 대한 예측도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조석예보, 홍수통제소는 홍수예보,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안전예보 등을 서비스 한다.
오래된 서비스도 있지만 최근 새롭게 생겨난 여러 기관의 행정서비스 예보가 기상예보와 함께 국민안전과 국민행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기관, 단체에서 예측 서비스를 하는 오늘날이지만 대충하는 예보는 없을 것이다.
기상청이 한국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방대한 기상데이터 연산에 이용하고, 과학적 관측, 통계자료 처리, 수치예측모델 가동 결과 등을 예보에 이용하듯 모든 예측 기관들은 저마다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갈 수 있어서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앞의 KMI 기사내용처럼 호된 비판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신이 아닌 사람이 온갖 자료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산출했을지라도 국민들은 예측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주문으로 가끔 신의 수준을 기대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은 경제예측 등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면이 있는 것 같은 반면, 유독 기상청 예보에 대해서만은 요구 수준이 날로 높아가고, 평가도 더욱 냉정해져 가는 느낌이다.
기상청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는 예보는 약간 비칠 정도의 아주 적은 양의 비가 스쳐지나가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 정확도 평가에 양적 기준은 0.0mm로 표현한다. 떨어지긴 했는데 기록될 정도의 양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만일 어젯밤에 부산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는 예보가 있었고, 자고 일어나니 우량계에 딱 0.1mm만이 기록되었다면 표정 없는 컴퓨터는 이 예보를 당연히 틀린 예보로 평가한다. 금년도에 이렇게 산출된 부산, 울산, 창원 등 경남지방의 기상청 예보정확도는 92%로 집계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외국 출장길에는 그 나라 도시에서 날씨예보가 빗나갔을 때 시민들의 반응을 물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운전기사, 백화점 직원 등으로부터 들은 대답의 바탕 생각에는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서는 국민적 이해도,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기상청 업무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조사하면 그 해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특수한 경향이 있다. 날씨가 고르지 못한 해에는 만족도가 낮아지는 널뛰기 만족도가 나타날 때가 있어 기상청 예보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현상과 씨름하며, 날마다 좋은 날씨가 되기를 희망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1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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