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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지구표면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의 차이로 공기의 밀도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공기 밀도의 차이로 고기압 지역과 저기압 지역이 나타난다.
저기압 내에서는 주위보다 기압이 낮아 사방으로부터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중심 부근에서 수 km 상승한 후 밖으로 흩어져 나간다. 여기에 지구 자전에 의해 회전하는 힘이 가해지면 공기 소용돌이가 생기게 된다.
저기압은 중국, 서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는 유년기~청년기 또는 청년기~장년기에 해당되며, 동진을 계속해 쿠릴 열도나, 캄차카 방면에 이르러 소멸하게 된다. 그래서 캄차카나 베링해를 저기압의 종착역이라고도 하는데 연중 험난한 날씨로 유명하다.
베링해에서 명태 자원조사를 수행한 국립수산과학원 `탐구1호`의 55일간 항해기록을 보면 베링해의 저기압 특성들이 잘 나타난다. `2000년 2월 17일 베링해, 기압 977hPa(헥토파스칼), 풍속 14~26m/s, 파고 6~8m`, `2000년 2월 23일 기압 986hPa, 풍속 12~25m/s, 파고 8m`로 저기압으로 인해 관측되는 파고가 보통 2~5m 정도이고, 높은 날에는 8~9m 정도에 달한다.
저기압은 발생하여 서서히 발달하기도 하지만 예보관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급격히 발달하기도 한다. 기상전문가들은 기압이 24시간 동안 24hPa 이상 격렬히 발달하는 저기압을 특히 `폭발성 저기압`이라 한다. 태평양이든 대서양이든 폭발성저기압의 공통점은 모두 따뜻한 해상에서 잘 발달하며, 태풍과 비슷한 구조로 눈과 스파이럴 밴드(spiral band, 나선형)가 생기기도 하지만 태풍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폭발성저기압 중에 유럽에서 발생한 `퀸 엘리자베스 2호(7만 톤)` 사례가 유명하다. 1978년 9월 11~12일 퀸 엘리자베스 2호는 대서양을 횡단하던 중에 매우 강한 저기압을 만나 심한 폭풍과 풍랑으로 선체 갑판부 상부 구조물들이 대거 파손되고,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이 때 인근을 지나던 `Captain Cosmo 호`는 심한 풍랑에 결국 침몰되었을 정도이다.
후일 미국 해양대기청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폭풍역을 항해하던 유로라인의 화물선에서 기압이 956hPa로 관측됐으며, 저기압 부근에서는 기압이 24시간 동안 무려 60hPa 이상 발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알려진 폭발성저기압의 3배 정도 강도였으니 극한적인 상황이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폭발성저기압의 대표적인 사례는 1993년 6월 2일 서해상을 횡단한 저기압이다. 당시 이 저기압은 서해상에서 폭발적으로 발달하여 태안반도에 도달할 시점에는 기압이 976hPa로 발달했다. 24시간 동안 20hPa 이상 발달하여 1959년 이래 가장 발달한 저기압으로 기록됐다.
당시 폭풍반경이 500km 정도였고, 6월 2일 최대순간풍속은 군산 31m/s, 부산, 목포 28m/s, 제주 26m/s(1일)로 기록됐다. 이때, 남부와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26명이 사망ㆍ실종됐으며 부산에서는 3,000톤급의 대형선박이 두 동강 나는 등 전국적으로 선박 263척이 부서지거나 침몰하는 등 큰 피해가 일어났다.
이번 겨울 우리나라와 일본 부근에서도 `폭발성저기압`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월 17일 아침, 짧은 외신이 있었다. "한국 인천 발 아메리칸 항공,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회항"이었다.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가 12월 16일 18시 15분 인천공항을 이륙해 일본 영공으로 진입한 이후에 심한 난기류로 항공기가 심하게 흔들려 한국인 승객 5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이 부상을 입었고, 급기야 회항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에 보고된 기장의 증언에 따르면 "항공기가 일본 이사카와현과 이바라키현 상공을 비행하던 16일 저녁 19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여러 차례 매우 강한 난기류를 만났으며, 그 강도는 `심각한(severe)`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 날 항공로 상에 발생한 강한 난기류의 원인은 폭발성저기압이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15일 21시 북한 원산만을 지난 저기압 중심이 1,018hPa, 16일 09시에 북한과 홋카이도 중간 수역(N40°, E135°)에서는 1,000hPa, 16일 21시 홋카이도 서쪽 해상(N43°, E138°) 도달 시에는 980hPa에 달해 폭발적인 발달을 보였다.
기압이 24시간 동안 38hPa 이상 격렬히 발달했으며 이 날 일본기상청의 홋카이도 네무로시(노삿푸)의 최대순간풍속은 38.3m/s로 관측되어 태풍에 버금갈 정도의 상황을 초래했다.
이 시각 일본 상공을 지나던 항공기는 저녁식사 시간이었는데 워낙 심한 요동으로 기내식 운반용 카트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천장에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항공기를 안전하게 조종하여 나리타공항에 착륙시킨 아메리칸 항공 기장의 조종기술은 세계 최고의 초일류 파일럿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저기압이 폭발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지역은 몇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 주변이 이에 해당된다. 아시아대륙 동해안의 한국ㆍ일본 부근, 북미 동해안, 태평양 중부 정도이며 대서양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서해안에서도 관측, 보고된 바 있는 것으로 기상학계에 알려져 있다.
알류산 열도나 베링해 부근은 연중 거친 날씨가 많은 지역이지만 특히, 겨울철에 대륙고기압이 강한 시기에 우리나라와 동해 먼바다, 일본열도를 지나는 저기압은 급격히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대륙 동쪽을 바다나 하늘 길로 항행할 때는 항상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1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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