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사례 1.
며칠 전 지인의 93세 되는 부친이 별세해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도 하고 조의금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부고를 내었는데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고 지지난해 막내아들 혼례식에도 오지 않았다.
사례 2.
한 지인의 혼례식이 있었지만 주례를 선다고 참석치 못했다.
며칠 지나자 이 지인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귀하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은행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주라"고 반강요적으로 닥달했다.
사례 3.
단체에서 한 번 만난 사람인데 자기 아들을 결혼시킨다고 청첩장이 왔다.
우연한 기회에 만났을 뿐이었어도 아무런 내색 없이 마구 돌린 것이다.
이 세 가지 유형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례 1에서 보듯 93세라면 호상이다. 한 두어 번 만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오라는 전갈이다. 어디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내 딸 혼례식에는 오지 않았는데 굳이 부친상에 갈 필요가 없었지만 아무런 감정 없이 조문했다. 이게 우리 사회의 관용이자 나눔의 정신이다.
"네가 안 했는데 내가 왜 하나"하면 사회는 몰상식하고 인정이 없어진다.
소위 말하는 품앗이 정신이 살아있는데 말이다.
"네가 했으니 나도 한다"는 정신 다시 말해 두레정신이 살아있으므로 시골이나 도시생활도 매 한가지다.
사례 2에서는 "내가 당신에게 축의를 했으니, 당신도 반드시 내어 놓아라"는 정이 가지 않는 일이지만 우체국에서 소액환을 끊어 그 집으로 보냈지만 지금까지 고맙다는 말이 없다.
이보다 더한 일을 했다면 이 친구가 이 짓을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얄팍한 상혼과 무엇이 다른가.
사람 사는 곳에는 주고받음의 수수정신이 있지만 내가 너에게 부조를 했으니 너도 반드시 부조하라는 아주 자본주의적 발생이다.
말하자면 인정미가 없다.
사례 3에서 보면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많이 느끼고 있을 법한 일이지만 한 번 사귀면 무작위로 문자도 보내고 청첩장을 보낸다.
이는 혼주의 얼굴 뜨거운 생각도 있지만 이 모두가 돈과 관계되는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의 일이다. 모교의 교수 아들이 장가를 간다고 해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었다. 한참 지나 그 사실을 알고 교수에게 물었더니 "안상! 내 집안일이라 연락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혼례문화는 무작정 청첩장을 보내는 것은 아니고, 친척 위주로 간단하게 치른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사장은 5만엔, 상무는 3만엔, 부장은 2만엔 이렇게 정해져 있어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기가 축의금을 받으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금품을 준다고 해 이 문화가 우리나라 김영란법을 연상시키고 있다.
세 가지 사례에서 보면 시정잡배나 하는 상혼을 보는 것 같아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추석 때 고향을 방문했다. 누렇게 익은 나락을 보며 저건 어떻게 할지 당숙에게 여쭈었다.
"요사이 촌은 서로 품앗이 하는 풍속이 있어 제일 먼저 홀로 사시는 노인네 그리고 과수댁을 먼저 해 드리고 곶감을 만들 때도 그렇게 하고 있다" 두레정신을 밝혔다.
네가 했으니 나도 한다는 것보다 인정이 넘치고 서로를 양보하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이게 품앗이의 뜻풀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78521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