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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참사랑봉사회 회장 |
새해를 맞이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있다.
겨울 내내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간혹 양지바른 공원이나 산기슭에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게 된다. 아직 만개 시기는 아니지만 하루 밤사이에 몇 송이씩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동백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후 맹(猛)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어리광을 부릴 아주 어린 나이에 고향을 뛰쳐나와 어머니가 몹시도 그리울 땐 동백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한겨울에도 피어나는 꽃송이를 품고 있으면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과 따스함을 느끼게 됐다.
동백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오직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내내 고통에 시련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성인이 된 후 `동백 아가씨` 노랫말처럼 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어머니의 그리움에 대한 애절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동백꽃이 피어있는 곳이면 달려가 `동백 아가씨`라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짓기도 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동백꽃 잎에 새겨진 사연/말 못 할 그 사연을 가슴에 묻고/오늘도 기다리는 동백 아가씨/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이 노래는 가요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국민가수 이미자 씨가 불렀던 `동백 아가씨` 가사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중년을 넘긴 남ㆍ녀노소가 그 노랫가락에 심금(心琴)을 울려 주고 있다.
김승희 시인은 동백꽃 예찬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푸른 이파리 밑에 숨은 듯/피어 있던 붉은 동백꽃잎들이/중대한 심장 수술을 받는 것처럼/붉은 피를 흘리며 바닷물 위로 뛰어드는 것/아름다운 의문투성이의 찬란한 절명/우리 시대의 속물 생태학에 비추어서/나는 동백꽃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진다
동백은 칼바람이 불어오는 맹추위 속에서도 잘 견디면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예로부터 선비들은 기개를 높여 매화와 함께 귀히 여겼다고 한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칭했으며 여기에 동백나무를 더해 엄한지우(嚴寒之友)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동백의 꽃말은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이다.
여느 꽃처럼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지 않고 꽃이 가장 아름답게 폈을 때 꽃송이째로 뚝 떨어지는 동백은 예로부터 애절함의 대상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동백꽃에 얽힌 사연들을 보면 단순히 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동백아가씨 등 꽃에 대한 여러 가지 노래 가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동백꽃이 피어있는 곳을 지나치다 꽃 속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무언(?)의 사무치는 정화(情火)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꽃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또한 동백꽃은 불타는 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 아름다운 이별을 노래할 때 등장하는 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세상에 네 번이나 피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동백꽃`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는 겨울 철 하얀 눈 속에서 꽃을 피우고 두 번째는 나무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세 번째는 꽃송이가 땅에 떨어지면서 꽃을 피우고 모두 합쳐져 3번 꽃을 피우는 것이라 했다.
여기에 필자가 한 가지 더 붙인다면 네 번째는 그대의 가슴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절정의 순간에 한 줌의 미련 없이 꽃잎을 간직한 채 통째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백꽃의 개화 시기는 보통 1~2월에 하얀 눈 속에서 살포시 피어나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꽃이 만개한다.
동백 꽃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식용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아토피 피부병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화장품으로 개발돼 시판되기도 한다.
동백꽃은 동박새가 없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동박새는 꿀이 귀한 겨올 철에 꿀을 먹을 수 있어 서로 끊을 수 없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꽃 중에서 무상함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꽃은 동백이 아닌가 싶다.
어느 사찰에 새겨진 동백꽃에 대한 글귀가 생각난다.
`죽고 사는 것이 무상하고 신속하니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라. 사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무상하고 신속한 생사 대사를 앞두고 미워하고 분노하는 일은 덧없을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사랑하고 이해해도 모자라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뿐이다. 얼마후면 동백이 만개하고 꽃이 지고 나면 우리도 때가 되면 사라져갈 사람들이다. 온갖 아집과 탐욕으로 모았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먼지로 사라져갈 뿐이다`
이 글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 아닌가 싶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8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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