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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보냐. 설마 우리집에? 설마 우리 단체에? 이렇게 무사안일하게 지내다 보면 큰 코 다친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견지했다. 즉 준비가 있으면 근심 할 것이 없다는 성어다.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 한비자는 "나무인형을 제작할 때 눈은 작게 코는 크게 깎는다. 왜냐하면 눈을 작게 해야만 크게도 중간도 만들 수 있고 코를 크게 깎아야 작게 혹은 중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는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나라 정반대쪽에 있는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화마가 닥쳐 소장 유물 2,000만여 점이 한 줌의 잿더미가 됐다는 보도다.
이 불에 탄 유물인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 2,000년 전의 유골 루치아ㆍ수천년 된 이집트 미라ㆍ포르투갈로부터 브라질 독립을 선언한 페드루 1세의 유품ㆍ그리고 고문서 수만점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브라질의 수도 리오데자네이루에 소재한 국립박물관에 오후 7시 30분쯤 관람이 끝난 후에 불길이 솟았는데 신고를 받은 21개의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명이 출동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그런데 소화전 2개가 고장이 나서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이런 변고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불길을 잡았을 때는 자정 무렵에 이르러서라고 한다. 아마 이때는 새까맣게 그을린 벽체만 남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브라질 역사가 타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브라질 박물관장 알렉산드로 케우네르는 "브라질의 창세기가 불탄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분과 브라질의 역사가 사라져버렸다"고 인터뷰 하는 보도를 봤다.
한 관료가 "소장품 90%가 소실된 것으로 추청된다"고 말한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큰 화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화마 뒤에는 정치인의 부패가 한 몫을 했다는 외신보도가 줄을 이었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물관이 비상상태에 대비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이렇게 방대한 유물이 있는 곳에 스프링쿨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는 점ㆍ건물 자체가 목조로 돼있었기 때문에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였다고 전한다.
우리돈 약 56억원의 규모로 설비 현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이 돈 역시 오는 10월 선거 이후로 배정됐다고 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흰개미떼 습격으로 박물관을 반년간 폐쇄했고 연방정부의 박물관 예산 지원을 받아 왔지만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인해 이마저도 삭감됐다고 하니 불을 보듯 뻔한 설마가 닥친 것이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매년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박물관 앞에서 화재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성난 시민들을 보았는데 브라질 정부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 국립박물관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1818년 주앙 6세 포르투갈 왕이 이집트 고미술품 공룡화석 등 개인소장품을 전시키 위해 문을 열었으며 이곳에서 왕족이 거처했다고 한다.
1822년 주앙 6세의 아들 페드루 1세가 독립을 승인하는 칙령에 서명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고색창연한 건물 속에 유물 2,000만점 90%가 화마로 사라졌으니 이 얼마나 딱한 일인가.
시민들은 데메르 정부가 무능과 부패로 이러한 화재가 야기됐다고 데모를 하며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박물관 개보수에 약 268억이 든다는데 누구 하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도 봤지만 치안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대두된 나라였다.
셰우 데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외침이 크게 다가온다. "200년에 걸친 연구와 자료를 잃은 브라질에 비극적인 날"이 얼마나 의미심장하고 심각한 말인가.
우리도 전국에 산재해 있는 박물관을 다시금 점검하고 소방 훈련 역시 겉치레로 하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제로 소방 훈련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 설마가 사람을 잡으면 안 되겠지.
http://www.changwonilbo.com/news/1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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