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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사람들은 대개 눈이 둘이다. 하지만 눈은 꼭 둘만은 아니다.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눈이 하나인 사람도 있고 눈이 세 개인 사람, 눈이 천 개인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꼭 눈이 두 개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눈이 두 개인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할 경우 그런 사람만이 옳고 나머지는 다 옳지 않는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눈이 두 개라고 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나은 것도 아니란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그 나름대로 사물을 보고 느낀다. 심안, 마음의 눈으로 보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들의 눈이 보통 둘이라는 이유 때문에 눈이 하나인 사람이나 시각장애인을 비정상적으로 간주하거나 얕잡아 보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다. 눈이 둘인가, 하나인가, 장님인가는 다만 서로 다르고 차이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며 또한 반드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다.
연암 박지원의 이 '게'는 병 때문에 폐질인이 된 김홍연의 처지를 위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할 문제는 이 게가 보여주는 시선이 한갓 동정의 시선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 한국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주 심하다.
박지원의 이 '게'에는 장애인을 보는 독특한 시선, 오늘 날의 우리가 경청해야할 문제이다. 그건 곧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설정을 허물어 버리는 시선이다. 장애인을 보는 박지원의 시선에는 정상ㆍ비정상의 엄격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열로 위계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장애를 보는 박지원의 이런 시선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에 대해 박지원이 견지했던 저 도저한 상대주의적 인식 태도의 관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박지원이 상대주의적 인식 태도가 차별과 독선과 자기중심성에 기초해 있던 당대 조선의 현실 주자학 및 문화 패턴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성격을 다분히 갖는다는 점과 불교와 장자 사상의 수용을 통해 다양성을 긍정하면서 편견이나 차별 심을 넘고자 한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요컨대 우리는 장애인을 보는 시선의 문제에 있어서도 박지원의 남다른 비판적 통찰과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정말 어리석다. 자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모습만 다를 뿐임을 인정하지 않고 근본이 틀린다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TV를 보면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해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억압 당해 부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없다.
장애인에 대한 긍정이 비장애인에 대한 부정이 되는 것도 아니며 비장애인에 대한 긍정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둘 사이에 가치의 우열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배제 하거나 차별할 근거도 없다.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가 가장 이상적이 사회이다. 비록 장애인이지만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다. 비장애인이라고 해 정신적인 장애인을 가진 사람을 정상인이라 할 수는 없다. 인격 장애가 신체적인 장애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임을 직시해야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든 신체적 건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후천성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국민의 열망과 나라다운 나라를 꿈꾼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고 약자를 지원하겠다는 대전제 하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겠다"는 공약과 함께 국정과제들을 발표했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믿고 기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과 의무다.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는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 또는 단순히 불쌍해서 도와주는 동정심의 발로가 돼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처럼 불편을 느끼지 않는 나라가 진정한 민주적 복지국가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물질ㆍ정신적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해주고 정당하게 그런 서비스를 요구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다.
장애는 내 몸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불변한 것이다. 여기에 등급을 붙인다는 발상자체가 잘 못된 것이다. 등급제를 하는 이유는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할 사람은 많은데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정여건의 틀 안에서 등급을 나눠서 장애가 심각한 사람에게 먼저 주려고 하다보니까 1ㆍ2등급으로 구분해 등급을 매긴 것이다. 자신의 장애가 심각하다고 알려서 그것에 국가의 확인을 받아야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장애인 개인의 자존감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장애등급 판정은 오직 의학적 기준에만 맞춰져 있다.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의학적인 기준에서 보면 필요 없지만 장애인 개인을 고려하거나 환경을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ㆍ국정감사 등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한 의원들이 있으나 당시 정부 여당은 귀를 닫고 재정 문제를 운운하면서 반대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자 나라도 바꼈다.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도 바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욕구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목표로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주거환경, 필요로 하는 욕구 친화적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종합적인 판정기준을 만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9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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