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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2/10  창원일보
[우외호 칼럼]
눈 내리는 고요의 아침음악

논설위원
화왕산 정기가 가득한 촌락에서의 삶은 자연의 일부가 돼야 한다.

황갈색 정원에서 바라보는 겨울 하늘은 정녕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금방이라도 깨질듯하다.  거기에 흰 구름마저 뒤집어쓴 상등성이의 소나무 몇 그루는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뒤로 왼쪽 전면에 고성을 멀리한 공중에서 원무(圓舞)를 그리는 한 마리 솔개의 절대 고독은 그 자체가 숨죽여 바라볼 수밖에 없는 기막힌 절창이며 한 폭의 그림으로 연출된다.
 

솔개는 영락없이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해주는 영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필자는 그때 문득 보이지 않는 땅 밑의 나무뿌리를 떠올려 본다. 그 얽힌 뿌리들 밑으로 흐르는 도도한 수맥의 몸짓과 들을 수 없는 하늘의 음악을 소리를 비교해 본다. 마치 몇 백 만년 어둠의 무덤을 헤치고 나와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정처 없이 떠도는 억울한 원성 같기도 하다. 그것은 텅 빈 마음으로 자연과 하나가 돼 숲속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에게 무슨 접신이 될 만한 신통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깊은 한 겨울의 정경은 이렇듯 묘한 감동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지난밤 왠지 고요하다 싶었더니 첫눈이 내렸다. 눈을 떠 보니 정원은 하얀 파도가 잠든 것처럼 누워있었다. 그기에 실비도 흩날렸다. 눈이라는 기적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다. 첫사랑이라도 만난 것처럼 두근거렸다. 첫눈을 보니 크리스마스 전날 꿈꾼 소녀가 소원을 이룬 것처럼 설레었다. 차라리 눈이 애인이었으면 마음껏 눈밭을 거닐고 싶었다. 한겨울 눈 속에 고립돼 홀로 누리는 기쁨은 적막의 심연에서 숲의 소리를 들을 때 맛보는 것처럼 무한한 감동이다.
 

어디선가 거대한 얼음덩이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벽계(碧溪)의 궁곡(窮谷)을 가로지르는 여러 가닥의 철책선이 매운 찬바람에 튕겨져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미를 잃고 헤매는 아기 염소 울음 같기도 한 소리들과 더불어 내면의 소리들이 연이어 들리기도 한다. 여기에서의 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어떤 합체가 이뤄진 텔레파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부지직하고 부러져 내리는 것과 창백한 얼굴로 눈 위를 밝히는 달밤의 무한 고독감은 상반된 정감으로 다가온다.
 

이뿐인가? 어느 담벼락 밑에서 갓난아이처럼 마냥 울어대는 발정 난 고양이 소리가 한차례 지나고 나면 두껍게 쌓인 눈과 흙의 살결을 뚫고 들려오는 산울림 소리는 아주 정밀하고도 원초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그때의 소리는 부질없는 우리네 삶과 죽음을 한참이나 건너 뛴 오묘하고도 위대한 저 우주의 속삭임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적요에 빠져있을 때였다. 눈 내리는 아침 분위기에 걸맞는 노르웨이 국민주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에드바르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조곡 `아침의 기분`이 지친 심신을 다림질 해준다. `아침의 기분`은 페르 귄트가 모르코에서 맞은 아침 일출의 기분을 묘사한 음악으로 아침 해가 뜨는 듯한 부드러움과 안온함 때문에 태교음악이라고도 한다.
 

`에드바르드 그리그`는 민족주의적인 작곡가들과 사귀면서 독자적 작품을 확립했다. 작품 속에 민족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많이 도입하고 민족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다수 만들어 오늘날 노르웨이 음악의 대표적 존재가 됐다. 매일 아침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음악을 감상하려면 작곡가의 성장 배경과 가사의 뜻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의미도 모르고 귀만 즐겁게 하는 것은 작곡가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헝클어진 마음을 정돈할 수 없다.
 

이 곡은 문호 헨릭 입센이 에드바르드 그리그에게 연극을 위한 음악을 작곡해달라고 의뢰해 만든 작품이다. 페르귄트라는 몽상가가 고향을 떠나 자신의 야망을 펼치려 온갖 모험을 겪은 끝에 거부가 되지만 이내 몰락해 고향으로 돌아와 옛 애인 솔베이지의 위안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전주곡 행진곡, 무곡 등 모두 23곡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피아노 이중주용 곡으로 작곡됐지만 오케스트라로 다시 편곡됐던 것이다.
 

`아침의 기분`은 제1 모음곡 중 첫 곡으로 새벽빛이 서서히 떠오르는 모르코의 해안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곡으로 솔베이지의 노래와 함께 페르귄트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다. 플루트로 시작되는 목가적인 연주는 듣는 이들을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으로 안내하며 말할 수 없는 평화를 가져다주는 음악으로 눈 내리는 아침의 분위기와 사뭇 어울린다.
 

지금 필자가 바라보고 있는 눈 속의 모든 풍광들이 마치 페르귄트의 조곡 속에서 펼쳐지는 고요한 아침을 알리는 선율들의 움직임이 아닐까 헤아려본다. 아울러 바람에 눈 다발이 날리는 모습은 `닥터 지바고` 속에서의 테마곡 `somewhere my love`가 깔리는 가운데 펼쳐지는 설경을 선사해주는 듯하다.
 

이른 아침에 잠시 빠져든 상념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니 행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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