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4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오는 18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국회 4차 추경안 심의의 최대 쟁점은 추경안 발표 후 논란이 돼왔던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강력히 손사래를 치고 일부 여권에서도 반대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여론마저 부정적이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심의 과정에서 통신비 논란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심사다. 통신비 논란 탓에 자칫 2차 재난지원금의 추석 전 지급이 불발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4차 추경안은 코로나19 재확산 피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만큼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가능하면 신속하게 지급돼야 맞는다. 맞춤형 지원 원칙도 지키고 절박성도 충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 모두가 정쟁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심사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의 힘만 믿고 억지로 밀어붙이려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열린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통신비 2만원 지급안을 고수하려는 분위기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학생 이상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8만원이 절감되는데 매달 통신비를 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무의미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사람당 2만원 지원이 통신비 절감 효과가 없다는 야당이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청와대가 다른 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직접 건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찬성하면서 수용한 `전 국민 지급안`을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온다 해서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도 아직은 원안 고수 입장이다.
민주당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마당에 코로나19 피해자를 가려내 두텁게 지원한다는 선별지원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보편 지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생활을 거의 포기한 채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작은 정성이라도 주고 싶은 문 대통령의 마음이야 충분히 안다. 하지만 선별지원 원칙이 정해지면 그 원칙을 따르는 것이 감성이 아닌 이성의 정치다. 사실상 전액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통신비 일괄지급비 9,300억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원안을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쓰임새의 명분과 효율에서 통신비 일괄지급 보다 나은 대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키를 쥔 민주당이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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