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주말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자신의 퇴임 사실을 야스쿠니의 영령들한테 보고하기 위해 갔다고 한다. 자리에서 물러난 지 고작 사흘 만에 보란듯이 이뤄진 일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야스쿠니가 일본 대내외에 어떠한 표상으로 각인되어 있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아베 전 총리의 이런 몰역사적 행보는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야스쿠니는 일본 열도에 산재한 그 흔하디 흔한 신사 중 하나가 아니다. 일제에 의해 촉발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 위패가 봉안된 곳이다.
우리의 현충원이나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단순히 호국영령과 전몰자를 기리기 위한 공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후 최장수 총리에서 막 내려온 전직 총리가 전범을 신(神)으로 떠받드는 야스쿠니를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젠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발 정도는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는 듯한 뻔뻔한 태도다.
일본은 이번에 중국 정부의 예상되는 대응 수위를 외교 실무선에서 우려를 전달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아베의 참배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간을 본 뒤 그대로 밀어붙였다고 볼 수 있다. 아베의 퇴임 기자회견,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한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은 `무시 전략`이 이번 참배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대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계속 어깃장을 놓으면 한일관계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베는 퇴임 후에도 외교 분야에서 특사 형태로 스가 내각에 협력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외교에 보탬을 주겠다면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걸림돌부터 만드는 아베의 이율배반적 행보를 봤을 때 아베 계승과 답습을 선언한 스가 정부도 한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는 당분간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듯싶다.
우리 외교부는 아베의 신사참배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고,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촉구했는데 그에 부응하는 일본의 약속과 실천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아베 등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한일관계가 아직도 바닥을 찍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36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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