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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1/14  창원일보
[차상은 칼럼]
블루 웨이브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허실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백악관, 하원, 상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달성했다고 했다.
 

지난 7일 조지아주 결선투표 승리로 민주당은 사실상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했으며 현재 상원은 공화당 50석,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이 48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양측이 50대 50을 이루면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원은 이미 민주당이 다수당(민주당 222석, 공화당 211석)이고, 80세의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미국 정치권을 뒤덮었다는 뜻이다. 상ㆍ하원에서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초반에 인사ㆍ예산ㆍ입법 등에서 공화당 반대를 의식하지 않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백악관과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놓친 공화당은 견제 수단을 잃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했고, 야당은 103석에 그쳤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블루 웨이브 같은 상황이 연출됐고, 법안 통과에서 그 결과가 연출됐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고, 초기 원안대로 통과되면 노동계의 블루 웨이브 같은 법안으로 생각됐다.
 

여기서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산업재해 적용 사업 장수는 265만 개소이며, 대상 근로자수는 1,900만명 정도된다. 업무상 사고 재해자 수는 9만 832명, 사망자는 2,142명, 부상자는 8만 9,588명, 업무상 질병 요양자 수는 1만 302명에 경제적 손실추정액이 25조원에 달한다.
 

연도별 사망재해 추이에서 2009년 사망만인율이 1.38에서 2018년 1.12로 다소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또한 업무상 사고 사망만인율 추이에서도 2009년도 0.82에서 2018년 0.51로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 구분하면 5인 미만 규모에서 업무상 사고 재해자 수가 3만 624명(33.7%)으로 제일 많고, 업무상 사고 재해율도 1.01로 전체 업무상 사고 재해율 0.48에 비해 2배 정도 높으며, 5~9인 규모는 0.61, 10~19인 규모는 0.54, 30~49인 규모는 0.41, 500~999인 규모는 0.14, 1,000인 이상 규모는 0.12로 근로자 고용 규모가 커질수록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낮아지고 있다. 또한 50인 미만 재해자 수가 전체의 81.6%를 차지하고 있고, 업무상 사고 평균재해율도 0.612로 전체 재해율 0.48보다 훨씬 높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50인 이하 사업장규모는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사각지대`인 것이기도 하지만 경영진의 안전의식 결여, 안전관리 소홀, 안전 관련 전문인력 부재, 안전 관련 투자의 한계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크든 적든 근로자 고용조건에서 산재 발생, 사망자의 증가는 기업주의 기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생명존중의 일터 근로환경 조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지난 8일 여야는 합의 과정에서 애초 여당 측이 발의한 법안과 정부안에 비해 처벌 수위와 범위를 완화해 통과시켰다. 전체 사업체의 79.8%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면제하기로 한 건 여ㆍ야ㆍ정 3자의 `합작품`이었고, 중소기업벤처부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중대시민재해(공중이용시설ㆍ교통시설 결함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도 삭제됐다. 법안 명칭에서도 `기업`을 빼는 데도 양당엔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법안 명에서 `정부`를 빼자는 정부 의견까지 받아들여졌다.
 

`중대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란 원안 이름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됐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법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기업의 대표, 원청 회사의 경영 책임자까지 `1년 이상 징역`의 처벌을 받게 됐다.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받은 50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기업이 당장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이 국회 심사를 거치며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처벌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살인 방조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지만 편법과 꼼수를 통해 중대재해를 유발한 자들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는 주장이 보도됐다.
 

"나는 더 이상 내 동료가 죽지 않도록, 제2, 제3의 비참한 노동자의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투쟁한다" 등을 선언한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들의 선언과 외침도 이제는 겸허히 다시 보고, 우선 제도권안에서 대안 마련과 실행을 통한 근원적인 산업재해 사망자와 질병자 발생을 최소화는 법안이 되고, 사고 예방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우려되지 않도록 다시 검토와 논의와 수정을 거쳐서 산업재해 감소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한해 시작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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