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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며칠 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몸 담았던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사리판에 대해 한글사전과 불교사전을 뒤적여 봤다. 먼저 한글사전에 나와 있는 해석은 이렇다.
아사리(阿?梨 Acarya)는 범어로 소승불교에서 스승이 돼 제자를 가르칠 만한 덕을 갖춘 승려를 이름 이라고 표현했고, 그러면 불교 사전에는 아사리(阿?梨 Acarya) 아기리(阿祇梨), 아차리야(阿遮利夜, 阿遮梨耶)라고도 쓰며 교수(敎授), 궤범(軌範), 정행(正行)이라 번역한다.
제자의 행위를 교정하며 그의 사범이 돼 지도하는 큰스님을 말하고 아사리의 호는 `오분율(五分律)` 16에 의해 출가(出家)아사리, 갈마아사리, 교수아사리, 수경아사리, 의지아사리 등의 5종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보살계를 받을 때 단상에 오르는 큰스님을 지칭해 지금도 보살계 의식을 진행하면서 다섯 분으로부터 수계를 받는다.
이 거룩한 의식을 `아사리판`이라 한다.
일본에서도 아사리가 있다. 일어 아사리는 `あっさり`로 쓰는데 뜻은 `담백하게, 산뜻하게`로 표현하고 있으니 그러니 정치권에서는 단어 하나를 사용할 때도 매우 신중하게 써야 되는데 이번에는 또 김종인 전 위원장과 부산의 장 모 의원과의 대화를 보니 점입가경이다.
누구의 꼬봉이었다고 한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해방전의 시대 사람이라 그러는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왜어를 남발하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다시 한 번 정치인의 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은 사람의 인격이고, 그 행위는 자신의 품위이기 때문에 잘 골라서 해야 된다.
"필요는 문명의 어머니요, 한가는 문명의 유모다"라고 말한 토인비가 설파했다.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생활해야 된다. 자기는 멋모르게 쓴말이 일본말이라고 하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본 위원은 이태백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쓴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제호의 시를 보면 얼마나 청한(淸閑)의 생활인지, 다음의 문장에서 잘 나타나 있다.
문여하의루벽산(問余何意樓碧山)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도화유수사연거(挑花流水査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무슨 뜻이 있어서 푸른 산속에 사느냐 묻자
웃기만 하고 대답은 아니 했지만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기만 하다
복숭아꽃이 피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거기가 인간세계를 초월한 별천지이구나
이 싯귀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별천지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 만큼 유유자적한 생활이야 말로 우리들을 충만하게 만든다.
참 중앙일간지 모 신문에서 김종필 전 총리의 회고록을 쓰면서 제목을 `소이부답`을 쓴 것을 보았다.
정치인들이 멋모르게 쓰는 일본어! 자기만 알면 됐지 왜 끄집어내어 변을 당하는지 모르겠다.
아사리판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하는 그런 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금 안다고 우쭐거리고 조금 있다고 까불면 큰 코 다친다.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없어도 묵묵히 실천하는 자만이 모든 걸 거머쥘 수 있다.
이 시대에 꼬봉은 있을 수 없고, 아사리판은 더더욱 안 된다.
이 참에 왜색 단어를 확 바꾸는 우리 국어 순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http://www.changwonilbo.com/news/24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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