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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지난 2월 10일 창원공단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에 근무하던 직원의 급성중독 의심자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에 의심 신고를 하고, 고용노동부는 현장 직원 71명에 대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에서 16명이 급성중독 판정으로 18일 두성산업에 대한 압수수색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언론에 연일 보도됐다.
이번 사례는 직업성 질병을 대상으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 같다.
에어컨 부품 세척 용도로 사용된 유기용제는 `트리클로로메탄(TCM)`이며, 이 물질은 무색의 달콤한 냄새와 맛이 나는 휘발성 액체로 주로 호흡기로 흡수되며 고농도로 노출되면 발암 가능성이 있고 흡입,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되며 중추신경장해와 위, 간 및 신장 독성과 피부점막 자극을 유발하는 물질로 해당 사업장에서 검출된 결과는 최고 48.36ppm으로 노출 기준(8ppm)의 6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제조현장에서 세척, 용해, 희석, 추출 등 지용성 물질을 녹이는 용도로 사용되는 많은 종류의 유기용제는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소리 없이 다가오며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신체에 흡수돼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는 천차만별이며 결과가 때로는 치명적 손상을 만들기도 한다. 유기용제가 일으킬 수 있는 공통적인 건강 영향은 전신증상으로 마취작용과 국소작용으로 눈, 코, 인후 등의 점막에 대한 자극과 피부에 닿았을 경우의 피부손상이 있다.
마취작용은 거의 모든 유기용제가 많건 적건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급성중독의 주요 증상을 일으키며, 그 외에도 물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건강 장해에는 백혈병 발병부터 말초신경장해, 시력 저하, 소뇌 기능장애, 암 발생, 생식기 장애, 신장 독성, 간 독성 등 다양한 회복불능 피해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 화학물질의 노출과 중독 관련 근로자의 희생을 만든 슬픈 사건들이 많이 있다.
1988년 인견사를 생산하는 원진레이온 공장에서 중독은 주로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용액으로 녹인 펄프에서 인조견사를 뽑아내는 방사과에서 발생했고 127명의 사망자와 1,000여명의 중독환자를 양산시킨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 해 7월 열다섯살 문송면 소년이 짧은 생을 마감한 원인도 중소규모 온도계 제조공장에서 시너로 물건을 닦고,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하는 업무를 한 달도 되지 않아 발병과 고통 속에 살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그 원인은 급성 수은 중독이었다.
1995년 9월 경남 양산 소재 LG전자부품 공장의 스위치 제조공정에 세정제로 사용한 솔벤트5200의 주성분이 `2-브로모프로판(2-Bromopropane)`으로 이 물질에 폭로된 근로자 33명 중 23명이 무월경 등 난소기능 저하, 정자수 감소, 빈혈 등 건강장해를 유발해 근로자 집단 중독사고를 불러일으켰다.
2003년 9월 한국에 입국한 8명의 태국 여성들이 경기도 화성의 LCD 부품 생산공장의 노트북 컴퓨터의 부품 중 프레임을 생산하는 공정에 프레임을 출하하기 전 노말헥산(n-Hexane)을 이용해 부품의 얼룩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했고, 2004년 8월부터 자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11월에 8명 모두에게 보행장애가 나타나 다발성 신경장애인 일명 `앉은뱅이병`으로 노말헥산은 메틸 뷰틸 케톤 물질과 더불어 말초신경에 독성질환을 일으키는 유기용제로 알려져 있다.
2016년 1월경 인천 및 부천 소재 핸드폰 부품(알루미늄 버튼) 제조업체 3개소에서 절삭 CNC 작업과 검사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절삭 용제로 메틸알코올을 사용해 세척작업을 수행하였고 노출 근로자 5명에게서 시력이 손상(3명 실명, 2명 시력손상 및 시야결손)되는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하였고 생산현장의 메틸알코올 측정농도는 노출기준의 5~10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2021년 2월 법원이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협력업체에 11년간 반도체 조립 검사업무를 담당한 여성 노동자에게 발생한 파킨슨병 발병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반도체 노동자에게 발생한 파킨슨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킨슨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유해 인자는 망간, 비소 등 중금속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와 같은 발암 영향이 있는 일부 유기용제이지만, 이번 판결은 의학적으로 명확한 규명이 없어도 원고가 사용했던 이소프로필알콜 (IPA), 트리소 와 같은 알코올 기반 유기용제 등의 노출을 발병 원인으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보인다.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의 중독은 많은 영향 인자들과 매우 복잡하게 연관돼 있다.
그 중 체내 흡입량이 가장 중요하다 생체이물인 화학물질은 다양한 기전을 통해 많은 종류의 독성을 일으킨다.
어떤 화학물질들은 그 자체가 독성이 있거나 인체 내에 대사가 돼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특정 표적장기에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표적장기들은 흡입량과 노출경로에 따라 아주 다양하며, 화학물질의 표적장기가 급성노출 후는 신경계가 되지만 만성노출 후는 간이 될 수도 있다.
산업현장에서 유기용제 등을 사용하는 모든 근로자는 취급하는 화학물질(MSDS)에 의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무슨 물질인가, 인체 유해정도, 작업장 노출정도, 보호구 필요성, 위험한 작업조건, 국소배기설비 가동은 적절한가 등이 근로자를 보호하고, 중독을 예방하고, 쾌적한 일터로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6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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