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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의 뜻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본래는 민의(民意)가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몰락시키기도 한다는 의미로 사용됐으며, 어떤 일에 이로운 것이 때로는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후한 시대의 충제와 질제 때 양태후가 수렴청정을 했다.
이때 양태후의 오빠 양기가 권력을 등에 업고 나랏일을 제멋 대로 했다. 후한서(後漢書)의 황보규전(皇甫規傳)에서 공자가어(孔子家語)의 말을 인용해 황보규는 조정에 대책이란 글을 올려, "무릇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입니다. 여러 신하는 그 배에 탄 승객들이고, 장군(양기를 지칭) 형제는 노를 젓는 사공이니, 성의를 다해 배를 저어야 복이 될 것입니다. 태만하고 거드름만 피운다면 장차 거센 물결에 배가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양기의 전횡을 비판했다. 이 말이 워낙 유명하고 여러 곳에 실려 인용되면서 유사하게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등에서 간단히 줄여 재주복주(載舟覆舟)라고도 표현한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골목길 자동차 접촉사고, 생각지도 못한 암 같은 심각한 질병, 예측불허한 불의의 사고, 가족이나 친지 중에 이혼 등을 겪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비교적 논리적인 확률로 자기변명과 설명을 한다.
2019년 발표한 국내 암 발생 1위는 갑상선암이며 2위 그룹에 폐암, 위암, 대장암 등이 간만의 차이로 발생했다. 예를 들어 네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면 저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 역시 25%라는 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본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물으면 같은 발생 확률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은 평범한 인간으로서 이혼비율이 50%면 50%의 확률로 이혼하게 되겠지만 마법같이 나만은 그런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사고, 질병, 사업실패 등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선 안전불감증처럼 `설마 나에게…`, `나는 비켜 갈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물이 배를 뒤집을 가능성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
안전보건공단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1분기 산업현장 사망사고 현황에서 2020년 54건, 2021년 75건, 2022년 121건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60일경과 시점에 지난해 1분기보다 60%가량 급증했다. 사고의 원인으로 3년 연속 `추락`이 가장 많으며, 2020년 18건에서 2022년 46건으로 2.5배로 급증했다.
추락, 끼임, 충돌, 깔림 등의 후진국형, 재래형 사고가 왜 줄지 않고 늘어만 가는지?
제조현장과 건설현장에서는 법 강화로 인해 매일 같이 안전교육을 하고 있어도 근로자 개인의 습관, 부주의 행태 등에 대한 변화가 없고 교육 효과는 오르지 않고, 건축 분양가 규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관련 원자재값 폭등, 근로자 수급 불안 등 여러 가지 급변한 경제상황 등으로 공기단축의 압박은 더 늘어나고, 반대로 하도급 업체에서는 원자재 및 임금 등의 상승으로 예산부족을 호소하고 시공비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의지, 작업자 행동변화을 위한 교육과 훈련, 경영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개월째를 맞으며 산업ㆍ건설 현장에서의 사건ㆍ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당황스럽다. 과거 미국의 산업재해 원인 분석결과 사고 원인으로 `불안전한 행동` 76%, `행동과 상황` 29%로 전체 원인의 96%가 곧 작업자 `행동`의 원인으로 조사된 예도 있었다.
또한 사고율 감소를 위한 방안으로 검토된 접근법으로 행동기반 전략과 인체공학적 전략이 각각 59.6%, 51.6%로 연구돼, 사람기반안전(people-based safety), 행동기반안전(behavior-based safety) 또는 필자가 관심이 많은 심리적 안정감의 기초가 되는 생각기반안전(think-based safety) 등의 다양한 관리방안의 접근과 실행이 요구된다.
법적인 처벌을 강화해서 사고를 줄이겠다는 처방은 한계가 있다. 건설현장의 기존 공사 방식을 답습하는 한 사고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며 안전만 강조하는 선을 넘어 AI신기술 도입을 통한 전략의 우회도 필요하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비용의 절대적 부족 상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오래전부터 하도급 업체들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안전관리 강화의 첫 단추가 전문인력 채용과 안전 관련 가설물 등의 설치 비용의 태부족에다 공기단축의 압박에 작업자들은 서두르며 안전에 소홀해지고 원자재값 상승 등의 부채질 요소는 안전에 대한 관심ㆍ투자에는 인색하고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 같다.
또한 사고 발생 관련 최고경영진를 처벌한다고 해도 현장 안전상황과 근로자 안전의식의 개선은 요원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원인이 경영진의 무관심, 설비ㆍ시설의 문제, 현장 근로자 안전불감증 때문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없이 통과된 법은 건설현장 엉성한 거푸집같은 흉물로 사고예방의 대안으로 자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사고예방에 인간중심의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건설 및 제조현장에서 사고ㆍ재난 원인의 50%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안전관리보다 안전리더가 필요하고, 사고 징후가 아닌 원인의 대책과 올바른 안전기술 지원, 휴먼에러 예방 인력관리 프로그램의 혁신이 요구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69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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