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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우리 고사 성어에 보면 남자를 가리키는 단어보다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많다. 그 대표적으로 요조숙녀, 조강지처, 현모양처를 들 수 있는데 조강지처는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하고 천할 때에 고생을 함께 겪어온 아내를 뜻하는 말로 일종의 남편에 대한 의리를 내포하고 있고 요조숙녀는 정숙하고 반듯한 행실을 갖춘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현모양처는 자녀에게 어진 어머니이자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가 돼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이들 셋 단어 모두 여성 즉 아내가 집안에서 살림과 육아와 남편 내조에 정성을 다하면 남편은 그 힘으로 직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와 주고 아내에게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면 아내는 남편의 관심과 사랑으로 열심히 또 가정에서 내조를 함으로서 가정은 그야말로 선순환으로 돌아가게 돼 가정 내에서 아내의 역할이 그 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그 예로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초장왕에 대한 일화를 보자.
초장왕은 어느 날 그의 신하 영윤 우구와 함께 나라 일을 의논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내전으로 들어갔다. 부인 번희는 총명한 여인이었다.
피곤해 하는 초장왕을 항해 물었다. "어째서 이제야 들어오십니까?" "영윤과 국사를 의논하다보니 이렇게 늦었구려" "영윤 우구는 어떤 사람입니까?"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이오" "신첩이 생각하기에 우구는 결코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구가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니? 부인은 어째서 그렇게 단정하오?" "신하가 군주를 섬기는 것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과 같습니다. 첩은 궁중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자색이 뛰어난 여인이 있으면 왕께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우구는 왕을 모시고 밤늦게까지 나라일만 상의할 뿐 다른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천거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한 사람의 어짊과 능력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 넓은 초나라에 어찌 어질고 능력 있는 인재가 우구밖에 없겠습니까? 우구는 자기 한사람의 지혜로써 이 나라의 많은 인재들을 썩히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어찌 현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번희의 말에 초장왕은 가슴속에 뭔가 큰 움직임이 와 닿는 것을 느끼고 다음날 영윤 우구와 상의해 두루 인재를 찾아 이후 패왕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안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안영은 덕망이 높고 재능이 뛰어난 재상까지 지낸 인물이다. 어느 날 안영이 마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외출하게 됐다.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내다보다 남편이 우쭐거리며 마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현숙한 마부의 아내가 보기에 마부인 주제에 우쭐대는 남편이 한심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낮에 느낀 심정을 털어놓았다. "안영은 키가 오척(五尺)이 못 돼도 제나라의 재상인데 당신은 팔척장신(八尺長身)으로 마부 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요 아내의 말을 깊이 새겨들은 마부는 그 뒤부터 겸손하고 침착해졌다. 마부의 태도가 달라지자 안영이 이상해 물었다. 안영은 마부가 아내의 말을 듣고 개과천선한 것을 가상히 여겨 대부 벼슬을 천거해 주었다는 춘추전국시대의 두 나라 내조지현에 관한 이야기고 이후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리고 진나라를 멸망시킨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고 그 한나라도 수백 년 뒤 멸망하면서 위, 촉, 오 삼국시대가 열리고 삼국시대 때 가장 큰 전쟁(3대 전투인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으로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을 들 수 있는데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패할지는 그들의 부인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중국 북방의 최고 세력가인 원소는 집안 초상 때 조문객이 3만명이나 왔을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었으며 원소의 부인인 유씨도 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런데 유씨는 유명한 가문의 집과 달리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패해 죽자 그의 장례도 치루기전에 원소가 총애하는 다섯 첩을 모두 죽여 버리는 악한 아내를 맞이한 원소에 비해 조조는 아이를 못 낳은 정부인과 이혼한 후 집안의 격이 맞아야 한다는 세속적인 관념을 무시하고 덕과 재주를 겸비한 변씨와 결혼했는데 변씨는 기생출신으로 출신 성분은 좋지 않았지만 인품이 매우 훌륭했다. 조조가 전쟁 중 자리를 비우면 이혼한 정부인을 모셔와 조조 몰래 극진히 대우했으며 그리고 조조가 전쟁 중 노획한 패물을 고르게 하면 매번 중간 것을 골랐다.
조조가 그 까닭을 묻자 "가장 좋은 것을 고르면 탐욕스럽다 할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을 고르면 위선적이라 할 것이므로 중간 것을 골랐습니다"라고 대답해 원소의 명문가 출신 아내인 유씨와 달리 변씨는 훌륭한 현모양처로 조조를 도와 남편을 위나라의 천자(天子, 군주 국가의 최고 통치자)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는 한 계단 위의 사람과 사귀어야 하고 마누라는 한 계단 아래의 여자를 얻어야 한다는 조조의 교훈을 거울삼아 아내를 맞이할 때나 여자를 사귈 때는 집안이나 학벌보다는 사람의 됨됨이 즉 인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7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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