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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일보 회장 |
지난 3월초 초등학교 후배가 상의할 일이 있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용건은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센터에서 소독수(방역)를 모집하는데 응시 또는 면접을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였다.
약사 딸을 가진 60대의 이 후배가 딸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겠다는게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해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하고 주민센터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해서 면접을 받아보라고 일렀다.
근데 면접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 후배는 소독수를 할 수 없는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것이였다.
소위 말하는 이 후배는 전과자이며 집행유예기간이기에 지자체의 소독수를 할 수 없는 자격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이 후배가 또 찾아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전과기록을 말하지않고 서류를 접수해 보고 싶었는데 본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나에게 물어 왔다.
필자는 난감했지만 단호하게 이 후배를 설득했다.
주민센터의 담당자가 혹시 실수라도 해서 이 후배를 소독수로 채용했다가 전과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면 그 공무원의 책임이다. 징계는 불을 보듯 뻔한것이니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지자체의 법규에 의한 제도를 따르는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이 후배는 평소 가졌던 식견을 필자에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전과자가 많은데 서민이 생계유지를 위해 갖고싶은 일을 하는데는 왜 전과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리고는 재판에 계류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징역형을 받고도 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조국. 황운하등을 들먹이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나의 의견을 또 물어오기도 했다.
필자 역시 난감하기도 하고 뚜렷한 정답을 말할 수 없기에 그들은 선출직이기에 전과가 있어도 출마 할 수 있는것이다며 궁색한 변명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필자가 아는 상식으로는 현재의 법이 그러하다.
이 후배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의 전과자는 주민센터의 소독수도 할 수 없고 뭉칫돈을 받아 챙긴 그리고 자녀 입시를 위해 온갖 증빙서류를 위조한 사람은 국회의원도 될 수 있는 이 나라의 사법제도를 힐난했다.
그리고는 각종 언론매체에서 흘러나온 공천과정의 파열음을 들먹이며 해당 상황이 있는 여.야 정치인들은 자숙하며 국가와 국민 국익을 위해서라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 동네에서 위생과 환경미화를 위한 소독수와 국가경영을 위한 입법기관의 정치인, 즉 국회의원의 직권 직무 범위를 비교하며 그들을 위한 그들의 법을 만드는 사법제도 자체 또한 잘못된 것 아니냐며 꼬집기도 했다.
그리고는 민주화 운동의 전과자이던 자기방어를 위한 전과자이던 어떠한 전과자라도 전과 전력이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과자의 사전적 의미는 전에 죄를 지어 형벌을 받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어떻게 죄를 지어 형벌을 받은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후배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몸과 마음이 닦여진 후에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그 후에 나라를 잘 다스려 천하가 화평하게 된다는 유교경전의 사서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글귀를 오늘날의 현실에 비유한 것이다.
이날 필자는 틀린 것을 바로잡고 잘못된 제도나 법규를 올바르게 고쳐 나가도록 기사화해야 하는 기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스러워 어물어물하다 자리를 끝내고 말았다.
작금의 정치현실 범법자들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만을 가지면서.
http://www.changwonilbo.com/news/3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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