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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출 편집국장 |
4년 만에 한 번씩 국회의원을 모두 뽑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총선거(총선)`는 끝났다. 총선 결과는 여당 참패, 야권 정당들의 압승으로 모아졌다. 집권 3년 차 `중간 평가` 성격의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받아들인 성적표는 한마디로 `싸늘한 민심`이었다.
이제 22대 국회는 역대급 여소야대가 됐고 국정은 여태 미처 보지 못했던,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총선 이후 육성으로 첫 입장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정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아마도 정부가 해온 일에 대해 국민들이 엄혹한 회초리를 든 것을 두고 조금은 억울한 듯싶다. 그는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했다. 그래서 "민생을 더욱 챙기겠다"고 언급도 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고 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 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넣겠다"면서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대개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중앙일보는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며 "그동안의 국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보기 힘든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나중에 발표했다는 점을 짚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국민 앞에 하지 않고 자신들만 있는 자리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불통-협치-의료 해법 없는 尹 13분 입장문`으로 평했다. 이 신문은 "참패 6일 만에 나온 윤 대통령 입장에는 국정 정책 방향과 기조 설정이 옳았음에도 현재의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는 인식이 담겼다. 노동ㆍ교육ㆍ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 영수 회담 등에 대한 진전된 입장은 포함되지 않아 여당 내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ㆍ중ㆍ동`의 논조는 여태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나 여당 옹호 일색에서 벗어난, 제법 많은 입장 변화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는 대한민국 보수층의 염려를 대변한 것은 아닐까. 일각에서는 앞으로 남은 (대통령의) 국정 3년이 매우 험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부쳐 `식물 정부`가 될 것이라 보는 보수 논객들도 여럿 있었다. 한 가지 더 유의해서 볼 점은 22대 당선자 중에 마냥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옹호하거나 따르기만 할 의원들 수가 21대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안철수, 윤상현 같은 중진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김재섭 당선자 등도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대해 "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 특검법 발의에 찬성한다"는 입장들을 내놨다.
조경태 부산 사하을 당선인 경우도 지난 15일 MBC 라디오에서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실히 당이 제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5일의 대통령 발표는 "참모들에 대해 한 말씀이어서 이가 국민들에게 내는 대통령 소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일까, 참패 6일 만의 그 저녁 나온 대통령실의 `대통령 사과`는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정말 그렇게밖에 못할까.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를 향해 달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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