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상국립대학교 제9ㆍ11대(통합 초대) 총장 |
사람들이 자녀의 장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사(士)`자가 붙은 직업을 희망한다. 그러나 같은 `사`라도 한자 표기에는 차이가 있다. 판사(判事)와 검사(檢事)의 `사(事)`는 관직을 의미하고, 변호사(辯護士)ㆍ세무사(稅務士)ㆍ변리사(辨理士)의 `사(士)`는 자격을 뜻한다. 반면 교사(敎師)와 의사(醫師)의 `사(師)`는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師)`는 본래 언덕을 둘러쌀 정도의 군대를 가리키던 말로, 스승을 따르는 제자 무리와 비슷하다 하여 `스승`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필자 역시 사범대학(師範大學)을 졸업했다. `사범(師範)`은 공자가 제자 안회를 두고 남긴 말, "학문은 사람들의 스승이 되고(學爲人師), 행실은 세상의 본보기가 된다(行爲世範)"에서 유래했다. 교사의 존재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 학문과 행동 모두에서 사회의 길잡이가 되라는 요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교육입국`의 중심축으로 활약해왔다. 인재가 유일한 자산이었던 대한민국에서 교사의 헌신은 오늘의 국가 경쟁력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심각하게 달라졌다. 교육 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선생님들이 스스로 교직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울증 진료 건수가 급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도 잇따른다.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교육청이다. 수조 원의 예산과 수만 명의 인력을 가진 거대 조직이 정작 교사의 기본적인 교육활동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 실패다. 실제로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령의 신입생이 기행을 일삼아 학교가 몸살을 앓았고,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있었다. 교사 개인의 상처는 물론이고, 선량한 다수 학생들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남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 체제`가 들어선 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정책 성과가 교권 추락으로 귀결된 것이라면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1989년 민족ㆍ민주ㆍ인간화를 내세웠던 참교육운동의 본질은 분명 이와 달랐을 것이다. 교육이 무너지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희망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이야말로 스승의 이름값을 되찾아야 할 때다.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고, 교육 현장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4593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