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공습으로 국토는 풍비박산 났다. 힘들게 싸웠지만, 전쟁의 결과는 소련의 위성 국가라는 뼈아픈 현실.
문인들은 공산 정권의 검열과 억압 속에서 절필하거나 신분을 숨긴 채 익명으로 작품을 발표해야 했다.
시인이었던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1924~1988)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행 사무원, 가게 점원, 위생 설비 설계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떠남 뒤 상처를 / 좋은 기억이 낫게 한다 / 내려올지 모르지 밝은 빛이 / 우리의 굽은 등에 /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이르노니 / 거대한 간격 / 우리와 / 빛 사이 그것은 (심금 中)
폴란드 현대시인으로는 가장 높은 명성을 얻은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의 전집이 출간됐다.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하니, 영국시인 필립 라킨에 이은 `문학동네 세계시인전집`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1956년 출간된 그의 첫 시집 `빛의 심금`부터 1998년 출간된 `폭풍의 에필로그`까지 10권의 시집에 수록된 시와 각종 매체 등에 발표된 시를 모았다.
김정환 시인은 영어본을 저본(底本)삼아 폴란드어본을 대조해 한 행씩 꼼꼼히 번역했다고 한다. 번역에만 1년이 소요됐다.
김 시인은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압운을 맞추면서도 높은 현대성을 담보한 드문 현대시인"이라고 소개했다.
김 시인은 헤르베르트의 시가 "(우리 문학계에서) 좋은 의미의 중력, 새로운 시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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