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개인이란 뜻의 단어는 `individual`이다. 구성은 in+dividual이며 divide(나누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dividual에 부정 접두사 in이 붙은 단어다. individual의 단어를 직역하면 불가분(不可分), 즉, 더는 나눌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어원에 따르면 개인은 나눌 수 없다. 한 인간의 몸은 죽여서 토막 내지 않는 한 나누기 어렵다. 몸이란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격은 어떨까? 몸과 마찬가지로 나눌 수 없을까?
`일식`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에세이에서 `분인`(分人) 개념을 들고 나온다. `진정한 나`는 단 하나가 아니고, 인간은 상대에 따라 몇 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분인은 "상대와의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자기의 내부에 형성돼 가는 패턴으로서의 인격"이다. 직접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만 교류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소설이나 음악 같은 예술, 자연 풍경 등 인간 이외의 대상이나 환경도 분인화를 유도하는 요인일 수 있다. 한 명의 인간은 여러 분인의 네트워크이며, 거기에 `진정한 나`라는 중심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분인화 과정은 3단계를 거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주민 같은 `사회적 분인`, 직장이나 동아리, 학교 등에서 만나는 `그룹용 분인`, 그리고 그 그룹 안에서 특정한 누군가와 더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특정 상대용 분인`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상대의 분인일 뿐이다. 저자는 "분할되지 않은, 온전한 개인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분인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나의 모든 분인은 특정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 결국 부정적 분인도 절반은 타자 탓이고, 긍정적 분인도 절반은 타자 덕분이다.
저자는 "중요한 건 자기 분인의 전체 균형을 바라보는 태도"라며 "내 안에서 언제나 여러 분인이 존재하므로 혹시 분인 하나의 상태가 나빠져도 다른 분인을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21세기북스. 248쪽. 1만 3,000원.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11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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