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후반, 이른바 혜성처럼 등장했다. `밀림`, `찔레꽃`을 히트시키며 대중 소설의 새장을 열었다. 강점기 말기에는 절필로 저항했다가 해방과 한국 전쟁기에 30여 편에 가까운 대중 소설을 썼다.
여류 소설가 김말봉(1901~1961) 얘기다.
김말봉은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단편 소설보다 신문 연재 장편 소설을 많이 썼다. 단편 소설은 동화 및 청소년 소설을 제외한 25편 남짓이고, 장편은 31편에 이른다. 모두 신문 연재 소설이다. 흥미 중심의 소설로, 애욕과 갈등으로 점철된 통속적인 내용이 많다.
김말봉은 스스로 `순수귀신`을 비판하며 전면적으로 대중 소설을 표방, 적극적으로 대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작품에는 1950~60년대 영화에서나 들어 볼 수 있는 옛말들이 많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위트 있는 대사 및 묘사가 풍부해 현대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만하다.
"정순은 김 부인의 뒤를 따라 으리으리하게 큰 솟을대문을 들어섰다. 키만큼 높이 자란 해바라기들이 정열의 화신인 듯 대접 같은 송이 송이에 태양을 안고 서 있는 화원이 첫눈에 띄었다." (소설 `찔레꽃` 중)
김말봉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전집이 출간됐다. 그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밀림`, `찔레꽃`이 1차분으로 나왔다. 신문 연재 장편 소설이 31편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연재를 중단하지 않고 완성한 20편 정도를 1년에 3편씩 출판할 계획이다.
전집을 엮은 진선영 박사는 "국내 대중문화 태동기는 1930년대 후반이고, 김말봉은 데뷔 때부터 대중 소설을 표방한 당대 가장 인기 있었던 작가"라며 "한국 대중문학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김말봉 전집의 출간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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