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등단 45주년을 맞은 문정희(67) 시인이 시와 에세이를 묶은 책 `살아 있다는 것은`을 출간했다. /연합뉴스 DB |
"몸속에 따스한 피가 흐르고 지순한 숨결이 내 가슴 안에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사랑과 이별을 마치 지병처럼 치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로 등단 45주년을 맞은 문정희(67) 시인의 시와 에세이를 묶은 책 `살아 있다는 것은`을 꿰뚫는 주제어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얼굴은 다양하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을" 정도로 격정적인 사랑,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이 남자를 위해 저녁을 짓기"도 하는 사랑, 자식에 대한 "이별과 상실을 최종 목표로 하는 서글픈 사랑"…….
"질투에는 휴일이 없는" 이 이기주의가 판칠 수밖에 없는 세상 속에서 저자는 연애, 부부싸움, 육아 등의 모습으로 사랑을 변주해 노래하며 삶의 비밀에 다가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 삶에 녹아 있는 고갱이는 쓸쓸함이다.
저자는 한때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 멸종위기네"라며 남성성이 사라진 시대를 개탄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남성의 매력을 찾는다"고 고백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부부싸움마저도 할 기력마저 떨어져 "마치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얼마나 뜨겁고 신이 났던가"라면서 그것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인간은 슬프려고 태어났다`는 말은 삶을 염세적 시각으로 바라본 부정적 경구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본질을 꿰뚫고 용기 있게 그것을 수긍하려는 긍정적 감탄사에 가깝다."
저자는 `오직, 나를 위하여`, `다시, 나를 위하여`, `비로소, 인생을 위하여`라는 세 개의 챕터를 통해 나이듦, 고정관념의 폭력성, 올바른 결혼관 등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생각속의 집. 360쪽. 1만 5,000원.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112890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