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벌`은 아름다운 밀양의 옛 이름이다. `미리벌`은 은하수가 빛나는 땅`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그가 미리벌의 영남루가 내려다봬는 밀양강을 건너 낙동강 유역 김해을에 다다른 것은 아직도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2024년 2월 경의 일이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밀양강이 낙동강으로 합류해 번창했던 금관가야를 이루었듯, 그도 어떻게 하든 낙동강 가에서 터를 잡고 번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생존하려 했을 것이다.
생존은 말 그대로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생환에 실패했다.
그는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지역구를 떠나면서 말했다.
"22살 되던 해, 대학 3학년 봄에 정치를 천직으로, 소명으로 정하고 보좌관 생활 15년 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3선 12년 동안 일했다. 저에게는 더 가야할 길이 있고 더 해야할 일이 남았다" 그의 언급에는 얼핏 비장감이 스친다.
◆ 밀의함창 떠나게 된 건 자발적이었을까 = 그가 밀ㆍ의ㆍ함ㆍ창을 떠나게 된 건 자발적이었을까,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이었을까. 4.10 총선 결과까지 나온 작금에 따져보는 일은 허망하지만 적어도 자의가 아니었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도 남겼다.
"4년 전 총선 때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시ㆍ군민 여러분은 68%의 압도적 득표율로 저를 경부울 국민의힘 당선자 가운데 득표율 1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10만표가 넘는 득표수로 전국 국민의힘 당선자 가운데 득표수 1위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당시 조 당선자는 10만2천210표를 얻어 6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딱 4년 전의 일이다. 2020년 4월 그는 경남도내 최다득표를 비롯 최다득표율, 최다표차 등 3관왕을 차지하면서 길었던 무명정치인의 세월을 일거에 청산했다.
◆ 4년 전 전국 최다 득표율 올렸지만 취임초부터 여론 악화 = 당시 보도를 보면 조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일찌감치 당선이 예견됐다고 했다. 상대가 밀양시장 출신의 민주당 후보여서 무난히 승리할 수 있었다.
하여튼 투표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그는 이에 퍽 고무된 듯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었을까. 밀의함창 주민들은 임기초반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취임 얼마 후부터 그 지지가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대리인(동생)이 너무 설친다"등의 여론들이 돌면서다.
그가 밀리듯 떠난 밀의함창에는 또다른 지역맹주(?)가 마치 드라마에서나 봄직했던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면서 등장했다. 그도 세번 째의 도전 끝에 공천장을 거머진 것은 전임자와 비슷하다. 대한민국 서울의 최고 학부를 나온 것도 같다.
정지 낭인의 시절을 꽤 보낸 일도 어금비금이다.
◆ 후임 당선자 이른 중앙당 초상잡 속 샴페인 터뜨려 = 그런데 다른 점이 약간 있다. 전임에 비해 당선 초기부터 숱한 일화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총선출구 조사결과가 나오고 중앙당사가 초상집 분위기가 됐던 그 시각쯤 밀의함창 지역의 선거캠프에서는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퍼져나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의 지도부 인사들이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정적만 흐르던 그때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는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한 바로 그 시각이 약간 지난 때였다.
그 저녁 다음날 당선자의 첫 일정을 알리는 문자도 지역 유력정치인들에게 날아갔다.
`내일 밀양 충혼탑 참배 안내. 시간 아침 8시 45분 현장 집결. 9시 정각 참배. 참배 동참인사 당선자, 3개군 군수ㆍ도의원, 시ㆍ군의회 의장 및 의원, 캠프 지도부`.
문자 발송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국회의원으로서 정확한 `포지셔닝`이 서둘러 작동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수ㆍ도의원, 시ㆍ군의회 의장 및 의원은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어서다.
◆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리 4년제 임기직 공무원 잊지말아야 = 이를 두고 당선자가 너무 대놓고 실력(포지셔닝) 행사를, 그것도 이르게 시작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선자가 좀 겸허해져야 할 것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은 4년제 임기제 공무원에 다름 아니다. 정치인의 꿈은 백일몽(白日夢), 즉 낮에 낮잠을 잠시 자다가 꾸는 꿈과 같다. 청운의 꿈을 안은 채 낙동강을 건너갔지만, 끝내 생환하지 못했던 밀의함창 지역 한 정치인의 잔혹사는 그래서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인들이라면 모두 되새김해 볼만한 과제다.
/김동출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3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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