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수필가ㆍ칼럼니스트ㆍ치유문화예술전문가ㆍ백이산교육농장 대표(함안군) |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오랫동안 자식의 도움을 받다가 돌아가셨지만 떠나 보내던 날 나는 실연을 당하고 허탈감에 빠진 사람처럼 앞이 막막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식이라면 마찬가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있게 했을 뿐 아니라 태어나서 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절대적 사랑과 안전을 부모로 부터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죽음은 오랫동안 의지했던 것들의 상실로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홀로 서기까지 공허감이 크다.
그러니 부모가 아직 살아 계신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부모를 떠나보내고 남게될 후회와 공허에 대해 평소에 준비할 기회가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한다.
대분분 사람들은 부모를 떠나보내고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리지 못함을 후회하지만 눈시울이 젖어 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람이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으면 상대를 이해할 수 없고 깨닫기가 어렵다.
부모와 자식이란 끊을 수 없는 천륜이란 관계로 사랑과 안전을 보장받으며 자식을 키웠지만 자식은 가슴 밑바닥까지 각인된 부모의 사랑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부모를 섭섭하게 했거나 힘들게 한 그 무엇이 있거나 문득 그리움이 찾아와 우리를 흔들 때 이유 없이 부모에게 달려가게 된다.
보고 싶은 마음,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 맛있는 음식 대접하고 싶은 마음, 뛰어가 안기고 싶은 마음,부모 마음을 아프게한 후회와 미안한 마음 이런 마음에 발걸음이 움직이고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그러나 찾아가도 볼 수가 없고 전화마저 사라진 경우는 무덤을 찾거나 납골당을 찾아간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주고 간 사람이 부모 외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기에 무덤과 분골 앞에 꽂힌 수많은 꽃과 사연들 앞에서 아픔이 클수록 하염없이 울다 오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 돌아가신지 얼마되지 않아 시골집을 찾았다. 잠겨진 문을 여니 잡초가 무성했다. 문고리를 잡고 손때 묻은 흔적들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소리 없이 흘렀다.
한참 울고 난 후 진정이 되고 어머니가 보고싶어 평소 같이 이야기하며 지내던 친한 이웃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리움을 채우려는 대리보충인 가상적 충족으로도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였다.
이렇듯 자식의 의식 속에는 부모와 자신이 동일체라는 강한 원초적 유전 인자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부모를 찾는다. 자식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부모를 찾아온다. 그러나 찾아오는 자식들 무의식 속에는 이기적 자기애(나르시스)가 숨어있다.
어릴 때는 놀다가도 친구로부터 억울함을 당하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배 고프고 위험에 노출됐을때는 안전과 보호를 받기 위해, 좀 자라고 나면 하고싶은 목적 있는 요구를 위해, 결혼기가 되면 경제적 도움과 허락을 받기 위해, 결혼 후 삶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로 부터 조언이나 관계적 도움을 받기위해서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부모를 찾아온다.
관습적 강제성은 있지만 그래도 순순한 마음으로 부모를 생각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자기 자식 낳아 키워보다가, 방송과 드라마를 보다가, 어버이날과 명절, 부모님 생신이 기억나서 이렇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성적 지지와 연결을 위해 찾아 온다. 대체로 아들보다 딸들이 살갑게 자주 찾는다.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런 가운데도 부모가 부자면 자주 찾아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 가난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느껴지면 갈 때마다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부모는 자녀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낌없이 사랑과 도움을 준 가장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오늘날 집에 기르는 애완견 만큼도 취급을 받지 못할 때도 많다.
효는 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해석하면 자식이 힘들고 애지중지 키웠으니 하며 보답을 기대하면 부모가 힘들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03725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