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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근대역사위원회 위원장 |
공원을 산책하다 서늘한 바람이 와닿으니 정신이 맑아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적막속에서 서늘한 바람이 단풍잎을 공중으로 날리는 모습을 보니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는 시 구절이 떠 올랐다. 조병화 시인이 쓴 <겨울>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눈 내리는 겨울 날에 부는 바람을 보고 관조를 하는 시인의 품격이 존경스럽게 여겨진다. 관조란 지혜로 모든 사물의 참모습과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본다는 것이다.
밝게 비추어 봄으로서 어떤 특정한 견해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음의 성품과 진리의 세계를 아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 본래 갖추고 있는 마음과 개개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근본성질인 진체를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수행방법이다.
생각과 분석으로도 진리의 표현되어진 내용을 다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생각으로 미치지 못하는 심오한 진리의 세계는 관조가 되어야만 체득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언제쯤 세상을 관조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이어서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그리운 모습이 아련하게 떠 올랐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립다는 말을 표현하였지만 이성진 시인의 <그립다는 말은> 시가 관조를 하는데 적절한 표현으로 인식되었다.
그립다는 말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말은
머리에 백발이 성성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말은
인생이다
그립다는 말은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이치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말은
낙엽지고 겨울나무처럼 고통을 이겨낸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말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말은
세상을 안다는 말이다
삶을 관조하셨던 부처님께서는 쿠시나가라의 교외에 있는 사라나무 숲 속에서 마지막 가르침을 설하셨다. 그 요체는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아야지 남을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불법을 등불로 삼고 의지처로 삼으라고 하셨다.
다음에는 괴로움과 즐거움, 화를 내는 것과 사랑하는 것, 미워하고 기뻐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괴로움의 원인이 됨으로 진리가 아닌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다. 또 스스로의 마음을 관찰해서 그 속에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음을 알고 미혹되어서는 안된다. 집착과 미혹에서 벗어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하시면서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런 가르침을 지킨다면 이 사람이야 말로 나의 진실한 제자라고 하셨다.
실존주의 철학자 러셀은 "좋은 세상은 두려움없는 견해와 자유로운 지성을 필요로 하며, 이미 죽은 과거만을 돌아보지 않는 미래에의 희망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우리의 지성이 창조할수 있는 미래는 이미 죽은 과거보다 훨씬 나은 것이 될것이라고 믿는다"고 설파하였다. 삶을 관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쓴 글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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