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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본명은 진, 일명은 진랑(津浪), 기명은 명월(明月)이고 개성 출신으로 시(詩), 서(書)에 특출한 재주를 지닌 황진이는 거문고를 잘 다루고 노래도 잘 불렀다. 뿐만 아니라 용모가 빼어난 조선 최고의 기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진사의 서녀로 태어나 조선 11대 중종 재위 시대(1506~1544년)에 활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활동한 당시의 교유(交遊) 한 인물들을 추측해보면 그녀의 역량을 추론 해 볼 수 있다.
그는 양반 가문 소실의 딸로 태어나 그 당시 사회 제도에 따라서 양반의 소실도 될 수 있었다. 동네의 한 총각이 황진이를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자 그 연휴로 기녀가 됐다고도 전해진다. 그 이후 뛰어난 미모로 당대의 많은 명사들과 교유했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 중에는 대제학(大提學)을 지낸 소세양(蘇世讓ㆍ1486~1562년)이란 판서가 있다. 황진이는 `소판서와 송별하며`란 시를 지어 남겼다. 부운거사(浮雲居士) 김경원과의 사랑을 못 잊어 그와 이별하며 지은 시 `별금경원(別金慶元)`이 있으며, `상사몽(相思夢)`이란 시도 황진이가 그를 잊지 못해 지은 시라고 한다. 벽계수(碧溪水)와도 깊은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한양의 으뜸가는 소리꾼 이시종과 6년 동안 조선 팔도강산을 유람하며 살림을 했지만 정작 마음을 허락할 만큼의 사랑은 나누지 않았다. 살아있는 부처로 소문난 천마산 지족암의 지족선사를 유혹해 파계시켰다고 전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그녀의 교태와 바람기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화담 서경덕(徐敬德)을 유혹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와 사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아 화담의 지조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시 화담이 여인을 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어다는 말도 전해진다. 그런 상황임에도 화담의 제자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그녀의 문학정신과 넓은 아랑도 헤아릴 수 있다.
그녀는 화담 서경덕, 박연폭포(朴淵瀑布)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릴 정도로 문재(文才)가 뛰어나 한시(漢詩) 7-8수와 대표 시조인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에 내어` 등 시조(時調) 몇 수가 전해진다. 김탁환은 황진이를 한낱 글재주나 가진 기생이 아니라 호담학파의 대모(大母) 겸 10년 간 서경덕의 문하를 지킨 지식인이라고 한다. 게다가 오랜 세월 통설을 뒤엎는 그 같은 해석을 위해 각종 사료(使料)와 시문을 찾아 60여 개의 주석을 붙였다. 스승 화담 서경덕이 세상을 떠난 뒤 쉰 줄에 접어든 황진이가 같은 문하생이었던 허태위를 향해 적는 회고록(回顧錄) 형태를 띤다. 이태휘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許曄)이다. 태위(허엽의 자)는 황진이의 출생부터 기생으로서의 삶, 연인 이시종 및 이생과의 만남과 이별, 지족선사와 서화담에 얽힌 풍문까지 모두 해명하고 있다. 가장 많은 건 새끼 할머니(작은 할머니)진백무와 어머니 진현금 및 외숙부에 대한 부분이다. 새끼 할머니는 춤에 뛰어난 송도의 행수기생을 말함이고, 어머니는 맹인이었으나 송도 제일의 현수(絃首)였으며, 외삼촌은 한문에 능한 아전이었다. 연모하다 죽은 사람 때문에 기생이 됐다는 건 턱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열여섯에 관기가 된 후 솜씨가 소문나면서 큰돈을 만졌다는 그는 평생 노래와 시에 능한 거상(巨商)을 상대로 거래를 할 만큼 큰 배포도 있었을 거라고 밝힌다.
돈이든 시문이든 춤과 노래든 범인이 감히 넘보지 못할 수준에 올라 배울 바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한양 제일의 소리꾼인 이시종을 만난 건 관기를 그만둔 뒤였는데, 6년 만에 헤어진 건 천포창(매독)에 걸린 어머니를 살려보려 애쓰다 전 재산을 날린 다음이었다고 전해진다. 지족선사와 서화담에 관한 얘기는 사대부들이 지어낸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항변한다. 서경덕 문하에 든 건 지족선사의 꼿꼿함보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인물까지 품는 화담의 넉넉함에 공감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설이 난무하지만 어쨌든 황진이는 마음껏 자기의 개성과 사랑을 찾아 정열을 불태우며 한 세상을 풍미(風味) 했다. 아울러 자기의 신분과 처지 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가 한 시대를 주름잡은 여인이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황진이의 `상사몽`이란 시다.
서로가 그리워도 만날 수 있는 건 꿈속인데 내가 임 뵈려고 떠났는데 임도 나를 찾아 왔네. 바라건대 멀고 먼 곳이니 오늘 밤 꿈에서는 일시에 같이 떠나 도중에서 만나요
황진이는 부운거사 김경원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꿈속에서라도 만났으면 하는 시였던 것이다. 그녀는 바스락하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 귀 기울였다. 떨어지는 낙엽 소리가 황진이의 귀에는 행여 임이 오는 소리로 들려진 모양이다. 그녀는 시조(낙엽)에서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라고 한탄했다. 창문을 열고 보니 달빛만이 뜰에 가득 차 있었는데 그녀는 임이 떠난 밤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까?.
http://www.changwonilbo.com/news/24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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