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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정유년 한 해가 저물고 있을 즈음 제천에서 화마가 불어 닥쳤다.
29명이 비명으로 저세상으로 갔고 29명이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거나 치료하고 퇴원했다. 얼마 전 발인을 모두 함으로써 화제로 아까운 죽음을 맞이한 고인에게 명복을 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총체적인 부실이 곳곳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안전 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방대의 늦장 출동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는가 하면 비상구 입구에 물건이 쌓여 빠져나갈 수 없어 2층에서 사우나를 하던 여성 20여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차가운 날씨 속에서 고생하는 것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이렇게 화마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작동해야 할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부실의 흔적이 드러났고 최초 출동한 소방대원이 우왕좌왕하는 모습, 복합 상가 앞에 무단으로 주차한 자동차들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사다리차 역시 무용지물이 돼 민간 이삿짐센터 사다리차가 귀중한 목숨을 구하는 등 참으로 코메디 같은 일들이 백주에 버젓이 드러남으로써 또 한 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아직까지 뇌리를 붙잡고 있다.
`설마 우리 빌딩에 불이 나겠는가` `설마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 나가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너무 팽배해 있으므로 해 야기된 일이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다시금 견지해 나갈 때이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고 호언장담 했는데 또 며칠 전에는 수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쳐 입원 중이다. 이것이 현 정부의 현주소다.
무슨 일이 터지면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하는 일마다 그르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종편방송을 보면 시시각각으로 제천화재 사건을 상세하게 보도를 하고 눈에 익은 패널들이 나와서 자기주장을 펴고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보도의 홍수 속에 사는 민초들에게 올바른 보도야말로 본질을 호도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고사 한 토막 "장자가 어느 날 조릉으로 사냥을 갔다. 이상하게 생긴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그런데 이 새는 장자가 들고 있는 화살을 보지 못하고 장자가 있는 쪽 가까이 와서 앉았다. 자세히 보니 그 새는 사마귀를 노렸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한데도 그 사마귀는 바로 위에서 자기를 덮치려는 새를 보지 못하고 숲속의 매미를 노렸다. 장자는 밤나무밭을 거닐며 밤을 주워 먹었다. 이때 장자에게 주인이 크게 나무랐다. 장자는 생각한다. 새나 사마귀, 매미나 자신이 모두 진성(眞性)을 상실했다"고 했다.
얼마나 본질이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안전 불감증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공장이나 대기업공장에 가서 보면 `안전제일`이란 빨간 글씨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조진모초(朝秦暮楚)`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행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지금 이 시점부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매사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을 가꾸는 일이고 사회를 바르게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본질을 절대 잊지 말자.
무술년 새해 새 봄볕이 가정과 하시는 일마다 충만하소서.
http://www.changwonilbo.com/news/18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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