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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무술년 첫날 대한불교조계종 용성봉암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자 보국사 주지로 있는 윤보당 큰스님에게서 `靑常松霜(청상송상)`이라고 음각된 현판 하나를 새해 선물로 전달받았다. 2018년 첫날 이 현판을 보자 무술년이 떠올랐다.
10간(干)의 무(戊)는 누런색이고 12지(支)의 술(戌)은 개에 해당된다. 그래서 올해를 `황금 개띠 해`라 부른다.
개는 주인을 잘 따르고 충직해 반려견으로 손색이 없는 동물이다.
요사이 세상에는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개자만 붙으면 부정적 요소들이 산재한다. 개XX, 개판, 개놈의 XX 등등 ….
그런데 소나무, 전나무는 서리 맞고 눈이 오면 그 푸르름의 진가를 발휘한다.
아마 새해 벽두에 큰스님이 본 위원에게 선물한 `靑常松霜`은 서리를 맞아도 푸르름을 간직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어려움을 당해도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무능(無能)에서 능(能)을 찾고, 무용(無用)에서 용(用)을 본다`는 장자의 말처럼 하찮은 것이지만 다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다.
옛말에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다.
곧게 잘 자란 소나무는 동량(棟樑) 즉 대들보나 연목(椽木)으로 쓰인다. 그러나 비틀어진 나무는 아무 짝에도 필요없지만 땔감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무용의 용이 생겼고, 무능의 능이 생긴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아들이나 딸을 낳으면 반드시 소나무 오동나무를 심는다. 왜냐하면 재료를 쓰기 위함이다. 오동나무는 농을 만들 때 사용해 시집갈 때 예물로 보낸다.
이렇듯 소나무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살아서는 집 짓는데 죽어서는 관으로 만들어져 말하자면 사람의 한평생을 함께하는 나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재선충으로 인해 이 푸른 소나무가 사라져 간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기 때문에 소나무가 자꾸만 말라 죽는다고 한다.
이제 소나무의 흐름이 남쪽 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옮겨간다니 날씨 걱정도 해야 하고 소나무 걱정도 해야 되는 시점이다.
육종학자들은 아열대기후에 맞는 소나무를 개량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요원한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흔하게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지만 이 소나무가 없어진다니 참으로 낭패다.
애국가 가사 중 `남산 위에 저 소나무`도 다른 수목으로 바꿔야 할 처지다.
민족의 애환과 함께해온 소나무.
궁궐이나 서원을 개보수할 때 우리나라 고유의 적송(赤松)을 사용한다. 낙락장송은 그야말로 큰 소나무의 대명사다.
경송창어세한(勁松彰於歲寒)이란 문장이 있다.
`찬바람이 불고 흰 눈이 날리는 추운 겨울철에 이르러 비로소 소나무의 푸르름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만큼 절개를 지키는 나무다.
이렇게 귀중한 나무가 왜 사군자에게 빠졌는지 알 수 없다.
그림 그리는 분에게 물었더니 사군자 외에 연, 소나무, 모란 등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나무는 선비의 상징이고 우리나라 대표나무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보석의 하나인 호박(琥珀)은 송진이 녹아서 된 것을 말하고, 섭을 베어 울섭을 해 관솔로 섰다. 소나무를 지은 집은 몇 백 년을 흘러도 청향(淸香)이 흘러나온다.
이렇듯 푸른 소나무는 항시 우리 곁에 있었고 지천으로 깔렸던 소나무이건만 앞으로 4~50년 후면 저 한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니 괜히 걱정이 앞선다.
무술년 새해 첫날 집을 지키는 개보다 상송상청이 더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연휴를 보내고, 2018 첫걸음을 다시 내딛는다.
주변에 감기 환자가 너무 많다.
독자 여러분 건강 챙기시소.
http://www.changwonilbo.com/news/18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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