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의료인들이 의료 행위 자체에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야 의료 서비스 상대방인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왜 작금의 대한민국 의료인들은 병원을 떠나는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도 한 두 명도 아닌 수 천 명의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났으며, 의사가 되려 의과대학에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성적을 올렸던 그 의대생들은 앞다퉈 휴학계를 내게 되었을까.
최대집이라는 의사가 소나무당으로 목포시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최 후보는 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도하게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 `9ㆍ4 의정 합의`와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정부에서 무리한 정책을 내놓고 면허 취득한지 얼마 안 된 의사들에게 면허정지, 면허취소, 형사 처벌을 운운하며 탄압 일변도로 대응했다고도 했다. 의사들에겐 이른바 `의뽕`이란 게 있다고 한다. `의뽕`은 속어이지만, 대개 의사들은 `의뽕`으로 의사가 되는 고단한 길을 걸어갔거나 갈아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한다면서 바로 이 `의뽕`을 건드린 게 문제의 시초라 보는 이들이 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공부를 하여야 한다. 당장 의과대학은 예과와 본과 학부과정만 6년제이다. 이를 졸업하면 국가고시를 보고 합격하면 일반의가 된다. 여기서 또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공의는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전공과목에 따라 상급병원에서 3~4년 과정을 더 수련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들을 전공의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대다수의 상급병원에서 이들은 말 그대로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어느날 `의뽕`이 없어졌다면서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 중에 `혁파`란 게 있다. 철폐, 타파, 폐지 등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혁신보다도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과거의 병폐`를 없애는 일` 등으로 해석된다. 이 혁파의 화살들이 어려운 길, 지난한 길을 걷는 전공의들에 수없이 날아가 꽂혔으니 이런 사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중국 논어 <자로편(子路篇)>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빨리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 빨리하려고 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따지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무슨 일이든 서둘러서 거침없이 해내는 사람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공자의 말씀 `욕속부달`은 여전히 유효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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