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삶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총선 참패한 국민의힘(국힘) 이야기다.
잠시 함안 대산 수박 얘기를 좀 해보자. 함안군은 시설(하우스) 수박의 메카다. 요즘은 재배 기술의 발전으로 함안 외에도 의령, 경북 고령, 충남 부여ㆍ논산, 충북 음성ㆍ진천 등지에서도 겨울 수박이 생산된다. 이 가운데 그해 시설 수박 첫 출하를 알리는 곳은 함안이다.
창원일보 취재를 보면 대산의 수박 작황이 좋지 않아 올 수박 먹기가 힘들게 생겼다 한다. 시설하우스 12개 동(한 동당 660㎡ㆍ200평)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한 농민은 "지난해 11월 하순∼12월 중순에 시설 수박 아주심기(정식)를 했는데, 11월 하순 정식한 6개 동은 작황 부진으로 수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작황 부진은 예고된 것이다. 지난겨울 비가 참 많이도 내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작황을 늘려보려 안간힘을 다 썼다. 그런데 그 결과가 별로 좋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겨울 대한민국 정치판 사정은 어땠을까. 앞서 그해 10월경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그런 이후에도 대통령실과 국힘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두고 성난 민심의 회초리가 정부 여당을 향한 결과라 했는데도 변하지 못했다.
4.10 총선 결과는 참패로 이어졌다.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다. 여당이 거둔 이번 총선 결과는 108석에 그쳤다.
108이라는 숫자는 묘하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모두 108개로 분류해 이를 `백팔번뇌`라고 부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108석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번뇌`의 정당이 돼버렸다.
여당의 리더십 공백은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함안 대산농민들은 지난 겨울부터 작황 부진을 예고하고 애를 무지 썼는데도 정치권은 그마저도 않았다.
돌이켜 보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준석 대표나 김기현 대표는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고, 주호영ㆍ정진석ㆍ한동훈 비대위도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선 또다시 비정상적인 비대위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백팔번뇌` 속 빠진 국민의 힘은 분발하시라.
http://www.changwonilbo.com/news/30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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