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일한 의과대학 국립경상대학교 의대 병원이 급기야 비상 경영체제로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이런 `올 것이 오고야 만`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의대 교수들마저 25일을 기점으로 병실을 떠나는 일이 예고돼 있어서다. 의과대학에서 의대생을 가르치면서 의과대 부속병원에서 외래 환자를 보거나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들(교수)이 사직서를 낸 건 지난 달 25일의 일이다. 정부는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나는 이달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사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에서야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일을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이나 정부의 처신(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이다. 같은 말이라도 그렇게 해서 의사들을 빈정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연쇄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중이다. 의정 갈등을 쭉 되짚어 보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의사들의 높은 자존심 때문도 있겠지만, 정부의 잘못된 대응 방식에 문제가 더 크게 있다.
첫 번째, 의사들을 `돈만 좇는 존재`라 봤다. 의대를 가려는 건 안정된 직장을 구하려는 것이고, 의사가 되면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다는 논리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둘째, 그러니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달갑지 않을 터이고 이가 `직역 이기심`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러니 전 정부까지 모두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의료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이 이 사단의 전제에 깔려있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이른바 `의료개혁`을 사명감으로 `끝까지` 완수하려 하려 한다. `의사들은 돈만 좇아간다`는 말은 사실 여부를 떠나 다분히 선동적이다. 그런 말들이 `국민적인 비수`가 돼 의사 그룹의 심기에 날아가 꽂힌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사직 의사 표시 한달이 지나 사직할 수 있는 기간이 다가왔는데 정부는 또 "불가하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청컨데, 제발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부가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의사 단체가 강력한 이익집단이 아니라는 점도 부인 못하겠다. 다만, 그러든지 말든지 막 가는 말들은 삼가야 한다. 자존심을 건드려 놓고 선처해 줄 테니 돌아오라 하면 과연 돌아오겠는가. 2024년 봄도 슬슬 송홧가루 날리며 떠나가고 있는데, 어찌해 정부와 의사는 대화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http://www.changwonilbo.com/news/30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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