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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공공성 확보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경남대책위원회가 주민투표 법원 결정 수용촉구 및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기자회견을 경남도청 정문에서 하고 있다. /자료사진 |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 경남은 갈등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으로 인한 반발과 밀어부치기로 시작된 갈등은 밀양 송전탑 건설으로 이어지는 등 경남 도내의 이슈가 전국 이슈화 되는 등 바람잘 날이 없었다.
통합 창원시도 시청사와 새 야구장 결정 등으로 구 마산지역 정치인과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러와 `마산 분리`라는 카드까지 들고 나오는 등 갈등을 넘어 소모전으로 이어졌다.
새해를 앞두고 갈등의 소용돌이에 있는 현안을 짚어보고 대안을 살펴본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103년 동안 서부 경남지역 서민에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온 진주의료원 강제폐업도 경남을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홍준표 도지사는 취임 후 석달밖에 안 된 지난 2월 만성적자와 강성노조의 해방구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을 전격 발표했고, 노조와 야권 등의 반발에도 지난 5월 29일 폐업해버렸다.
홍 지사는 폐업 발표 당시 "경남도 부채가 1조 4,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279억원의 부채를 안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불가피하다"며 "노조에 무소불위의 특권과 인사ㆍ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줘 노조 해방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는 적자가 불가피한데도 수익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은 공공의료의 기능과 목적을 모르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며 "진주의료원의 적자는 경남도가 부실경영했기 때문이다"고 맞받았다.
사상 초유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지방의료원 강제 폐업은 전국적인 `공공의료` 논쟁으로 번졌고, 경남의 여론 역시 갈라졌다.
보건복지부가 페업을 만류하고 국회도 국정조사 특위를 꾸려 재개원 방안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채택했으나 홍 지사는 `지방 고유사무`라며 모두 거부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경남도와 노조ㆍ도의회 야권 등은 서로 상대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ㆍ고발, 치열한 법적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때 병원 건물을 의료시설로 매각하기로 했다가 최근에는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개원은 절대 불가`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 등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홍 지사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고 노조 지도부와 야권 도의원 등은 경남도청 앞에서 300일이 넘도록 재개원을 촉구하며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홍 지사의 경쟁자로 꼽히는 박완수 창원시장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경남도의 폐업 조처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 새누리당 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또 한 차례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밀양송전탑 건설 갈등 `폭발`
차가운 겨울바람 속 한 해를 넘기면서도 밀양에서는 한전의 765kV 송전탑 공사를 두고 반대 주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한전이 대규모 경찰력의 지원 아래 공사를 강행하면서 9년째 이어온 한전과 주민의 갈등이 폭발했고, 그 여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밀양지역 765㎸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00년 당시 산업자원부가 제5차 장기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커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신고리 원전에서 밀양시 청도ㆍ부북ㆍ상동ㆍ단장ㆍ산외면 등 북경남 송전선로를 지나는 765㎸ 송전탑 건설계획을 설명하면서 주민반대가 본격화했고, 정부와 한전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주민들은 소음과 전자파 피해, 재산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선로우회나 지중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한전은 송전탑으로 인한 전자파 피해는 전혀 근거가 없고 지중화는 기술과 비용 측면 등에서 불가능하고 맞서 평행선을 달리기만 했다.
한전은 10월 2일 밀양시 단장면과 부북면 등 5개 현장에서 공사를 재개한 이후 지금까지 송전탑 4기를 완성했고 14개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공사 강행에 맞서 주민들은 격렬히 저항했고 외부지원단체들도 가세, 거친 몸싸움이 벌어져 밀양은 전국적인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과 환경운동가가 구속됐고, 주민 2명이 음독자살하거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송전탑 건설과 외부 지원단체 등의 지원을 놓고 밀양시민들도 찬반이 엇갈려 지역 내 갈등마저 심각한 상태다.
◆ 통합 창원시 구 도심권간 갈등
통합 3년째를 맞은 창원시는 통합시 청사와 새 야구장 위치 문제로 일년 내내 갈등을 겪었다.
통합시 이름을 양보한 마산권 주민은 시 청사가 기존 창원시청 청사로 결정되고 프로야구 제9구단 NC다이노스의 전용구장으로 쓸 새 야구장 위치도 진해지역으로 정해지자 아예 창원에서 마산을 분리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산합포구가 지역구인 이주영 국회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시장을 새로 뽑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마산분리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창원시는 뒤늦게 마산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마산지역에 기계공원ㆍ해양공원ㆍ민주공원 등 복합공원을 조성하고 창원~제주간 쾌속선 노선 개설, 도심재생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한번 등을 돌린 지역민심은 쉽사리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2010년 통합 당시 전체 주민의 뜻을 묻지 않고 시의회 의결만으로 통합된 것이 갈등의 불씨였던 만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분리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최근 시의회 정례회에서 "행정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110만 시민의 통합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창원시 일부 기능을 옛 마산쪽으로 옮기는 `청사 사무실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야구계와 힘겨루기 중인 새 야구장 위치 갈등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창원시는 지난 1월 통합 창원시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새 야구장 위치로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부지를 결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연고구단인 NC 다이노스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교통접근성이 나빠 야구 흥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야구장 건립은 창원시의 고유권한으로 입지선정은 야구계의 권한 밖`이라는 창원시의 주장과 `진해구에 새 야구장을 고집하면 완공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야구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주민 입장서 소통해야… 지방선거서 갈등 증폭 우려"
갈등으로 점철된 올 한해 경남의 현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주민 처지에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원식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밀양 송전탑은 국가 사무이고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 사업, 창원시 분리 문제는 기초 지자체의 갈등이다"며 "그러나 이런 갈등은 모두 정부 정책에서 촉발된 공공 서비스와 연관되는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 정책 집행은 주민 의견이 우선으로 반영돼야 하고, 주민이 거부하는 정책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행정체계의 원칙과 소통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런 갈등이 핵심 이슈로 부각돼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대안이 제시되고 당선자가 그런 대안을 정책에 반영하면 갈등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이 소통의 창구를 열어 놓는 것이다"며 "한국사회에 여전히 권위주의가 많은데 선출직이라 하더라도 제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고 자신을 뽑아준 구성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밀양 송전탑 갈등은 지금으로서는 대화 채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기관이 주민과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송전탑 갈등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갈등과 대립으로 꼬인 경남지역에 새해에는 소통의 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종민ㆍ김광수ㆍ송종구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8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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