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조건에 대한 인간의 적응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최고기온이 50℃를 쉽게 넘어서는 열대 사막에서도, 영하 65℃ 가까이 되는 시베리아에서도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며 삽니다. 또한 평지의 60% 정도의 공기밖에 없는 해발 4,000~5,000m의 고지대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기상 조건은 어떠한 상태일까요? 영하 30℃의 혹한 속에서 전방 초소를 지키던 우리나라의 젊은이가 50℃를 넘어서는 열사의 중동에서도 꿋꿋하게 일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80℃ 이상의 기온 차이에 적응한다는 것은 곧 체온 유지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의 더위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요? 연구에 의하면, 외부 온도가 65℃일 때까지는 사람이 살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정상 체온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생명 유지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사람이 외부 기온에 대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땀 흘리는 과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래서 웬만한 더위에는 땀을 흘리는 것으로 정상 체온을 유지할 수가 있지만, 기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체온 조절 기능에 무리가 와서 고열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어 의식과 행동에 장애가 오고, 신장이나 간장에도 이상이 생겨 결국 위험한 상태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 바다 속이나 차가운 폭포 속에서 맨몸의 상태로 6시간 정도 있으면 체온이 30℃ 가까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가사(假死) 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하 47℃의 추위에서는 사람의 얼굴에 얼음막이 생기면서 동상에 걸리고 피부는 갈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서 살 수 있을까요? 높은 곳에서는 체온이 점점 떨어지고, 산소 부족, 기압이 낮은 데서 오는 심장ㆍ혈관ㆍ호흡 장애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정상 생활의 한계는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우리나라 백두산 높이보다 조금 낮은 2,500m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발 2,500m 정도 되는 지점은 지표면의 75% 정도 되는 공기량을 가지고 있고, 기온이 지상보다 10도 가량 낮습니다. 특이한 경우지만 안데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의 셰르파들은 고도 4,000m에서도 큰 불편 없이 살고 있으나, 이러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 수백년 동안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도 3,000~4,500m에는 호흡 곤란, 두통 등의 증상이, 4,500~6,000m에는 산소 결핍을 일으켜 졸음ㆍ피로감 등 중추신경 계통 또는 순환기 계통의 증상이, 6,000~7,000m에는 위험 영역으로서 경련, 의식 상실, 허탈,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고도가 7,500m에 이르게 되면 불과 수분 동안밖에 생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편리한 문명 생활 이면에, 운동 부족과 환경의 변화 등으로 체력이 옛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극단적으로 변해 가는 기상 조건에 잘 견딜 수 있으려면 역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김명수 (창원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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