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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04/05  손 영 학
사랑의 언어는 유치할수록 정겹다

 유치하게 말하면…

 

 1. 애정의 밀도를 더한다.
 2. 다툴 일이 없어진다.
 3. 신뢰가 더해진다.

 

 

요즘, 하승보 세무사는 그야말로 행복 종결자다. 프리지아처럼 밝고 예쁜 디스플레이어 신윤하 씨와 신혼의 꿀통에 푹 빠져 사는데 미인 아내가 애기까지 가진 것이다. 퇴근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오면 그를 맞는 아내 신윤하 씨의 애정 표현은 가히 닭살 수준이다.


"어이구, 우리 곰텡이 일 잘하고 왔쪄?" 방글방글 웃으며 반기는 아내의 미소에 깜빡 정신줄을 놓칠 지경이다. 날씬하고 상큼 발랄한 아내와는 정반대로 듬직한 체구의 곰텡이(?) 하승보 씨가 아내를 옆에 앉히고 싶을 때는 뱃속의 애기를 부른다. "당신은 거기 있고, 헤이 베키! 우리 귀여운 베키만 이리 와." 베키는 올해 태어날 뱃속 애기의 태명(胎名)이다.


사랑이란 꿀처럼 달콤하고 달빛처럼 은은한 것이다. 그래서 신혼을 허니문이라고 한다. 사랑을 나눌 때는 나이에 관계없이 행동도, 언어도 유치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6,70년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엔 잡기놀이가 대유행이었다. 왕년의 영화배우 윤정희가 `나 잡아 봐아라아-`하고 백사장을 슬로우 모션으로 도망가면 대한민국 대표미남 신성일이 쫓아가며 술래잡기를 벌이는 이 장면이야말로 사랑의 행위를 가장 리얼하게 보여주는 유치찬란한 광경이었다.


남자가 어디 여자보다 달음박질이 느려 잡지를 못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행위야말로 사랑은 유치할수록 정겹고 아름답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것이다. 성리학(性理學)의 대가 이율곡 선생의 아내 권 씨는 덜 떨어진 사람이었다. 신사임당 같은 어머니가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런 아내와 혼인을 한 것인지 필자는 알지 못하나 여러 가지로 한참 모자라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던 것 같다.


율곡의 장모가 딸집을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장모가 사위를 가만히 보니 하루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글만 읽고 있지 않은가! 이를 본 친정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얘야, 이 서방이 저렇게 젊잖기만 하니 부부간에 무슨 정이 있겠느냐?" 그러자 율곡의 아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저 사람이 낮에는 저렇게 젊잖은 척 하지만 밤만 되면 애기처럼 보채기도 하고 늑대처럼 달려들기도 한다우."


남녀 간의 사랑에는 동서고금, 빈부귀천, 지식의 높고 낮음이 따로 없다. 이율곡 같은 대학자도 덜 떨어진 아내 앞에서 애기처럼 보채며 유치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젊잖은 노신사도 자기의 아내 앞에서는 철부지가 되어 투정도 부리고 떼를 쓰기도 하는데 이것이 금슬 좋은 닭살커플들의 유치한 애정의 표현법이다.


어디 영화나 드라마뿐이겠는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쌈을 싸서 먹여주기도 하고 사탕을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아내나 남편의 밥숟갈 위에 생선토막을 얹어주기도 하는 데 상대방이 손이 없고 젓가락질을 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위가 바로 상대방을 애기처럼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사랑의 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연인이나 부부간에 유치한 언어를 주고받는 커플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금슬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고상하고 품위 있는 말만 하는 사람은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풍길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둘만 있을 때는 틀에 박힌 예의에서 약간은 벗어나는 것이 좋다.


두 사람 밖에 없는 행복한 무인도에서 젊잖게 무게(?)를 잡는다면 그게 더 어색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신윤하처럼 닭살 돋게 말하라. "아유, 우리 곰텡이! 많이 보고 찌펐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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