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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를 할 때는…
1. 신랑, 신부의 장점만 말하라.
2. 양가에 대해 정보를 입수하라.
3.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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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주먹계의 대부 이 모 씨의 아들이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결혼식의 주례를 맡은 분은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김 모 박사였다. 암울했던 80년대, 철권통치하에서 촌철살인의 해학적 비판으로 독재 정권에 맞서며 청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그 분이 주먹계의 보스와 어떤 인연으로 아들의 주례를 보게 되었는지 필자는 알 수 없다.
신문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고매한 분이 폭력을 휘두르는 보스 아들의 주례를 볼 수 있느냐?`고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결혼식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축복받아야 할 예식이니만큼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주례를 맡은 그 박사가 도대체 결혼하는 폭력조직 보스의 아들에게 어떤 주례사를 들려주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오늘 결혼하는 남자 주인공 신랑, 이 모 군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부산 주먹계의 대부 이 모 씨의 아들입니다. 저는 신랑에게 당부합니다. 비록 신랑의 아버지는 암흑계에서 주먹에 피를 묻히며 일생을 살았지만 신랑인 아들만큼은 절대 아버지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결코 이런 주례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 분은 진정한 인생의 의미와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신랑, 신부에게 심어 주었을 것이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예식장의 전속 주례가 주례사를 하면서 신부를 향해 `신부는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몇 번이나 해 봤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답을 하지 못하고 어이가 없어 쩔쩔 매는 신부에게 `처녀 시절에는 더러 연애를 할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결혼을 했으니 오로지 신랑만을 사랑하며 섬기라`고 일장 훈시를 하였다. 신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하객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주례의 질문에 경악하였다. 위태위태하게 결혼식을 치루긴 했으나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혼주(婚主)는 예식장 사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흠집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가장 기쁘고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에, 그것도 주례 선생이 신랑, 신부의 아픈 과거나 약점을 들추며 훈계를 한다면 이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인 것이다. 특히 예식장에서는 주례뿐만 아니라 하객들도 그 어떤 부정적인 말, 불길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예로부터 문상(問喪)을 다녀온 사람은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의 길사(吉事)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정석(定石)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쁜 잔치에는 그 어떤 나쁜 기운도 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결혼식 주례사야 오죽하겠는가! 지나치게 사실을 왜곡하고 신랑, 신부를 과대포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두 사람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더욱 아름다운 가정과 인생을 꽃 피울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심어주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례에게 있는 것이다.
빨강 안경을 쓰고 보면 이 세상천지가 빨갛게 보이지만 파랑 안경을 쓰고 보면 만물이 파랗게 보이는 법이다. 또한 결혼식 날, 비나 눈이 올 수도 있을 것이고 강풍이 몰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일기,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례는 긍정적인 말만 해야 하며 신랑과 신부를 격려하고 두 가문을 축복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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